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광범위한 도핑 스캔들로 물의를 빚었던 러시아 선수단의 출전권을 박탈했다. IOC는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가 징계에 반발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전면 보이콧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IOC는 5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 조치하기로 했다.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기를 달고 개별 출전하는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자격은 일부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도핑 검사 강화, 올림픽 경기장 내 러시아 국기 게양 또는 러시아 국가 연주를 금지하는 등 조건을 강화했다.
IOC가 한 국가를 대상으로 올림픽 출전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 1964년 흑백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자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한 뒤 1988년까지 이를 유지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에도 출전권 박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각 종목 연맹이 러시아 선수단의 출전을 개별 결정하도록 하면서 일단락됐다. 리우 올림픽에서 러시아는 육상·역도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271명의 선수들이 참가, 금메달 19개로 종합 4위의 성적을 거뒀다.
이번 조치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주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위원장이 이날 연설을 통해 "러시아 대표단의 출전을 금지하는 것은 올림픽 운동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며 모욕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스포츠계에서는 '정치적 도발'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도 점쳐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IOC 결정이 나오기 전인 지난 10월 "러시아 선수단 출전 금지 조치 등은 러시아에 대한 모욕"이라며 올림픽 보이콧을 시사했다. 다만 ROC가 오는 12일 올림픽 회의를 통해 IOC의 결정에 따를지 여부를 추후 논의하겠다는 여지를 남겨 보이콧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러시아는 여자 피겨, 아이스하키, 봅슬레이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강국이다. 그런 러시아가 IOC 조치에 불만을 품고 보이콧 결정을 내리면서 평창 올림픽에 불참하게 되면 올림픽 흥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보고서를 통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러시아 정부가 자국 선수단을 대상으로 조직적 도핑을 실시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줬다. 당시 금지 약물을 복용 또는 처치해 양성 반응을 보인 건수만 해도 57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당시 IOC는 러시아 스포츠 당국의 책임 아래 도핑이 이뤄졌다고 보고 비탈리 무트코 당시 러시아 체육 부총리를 영구 제명 조치하고 러시아 올림픽위원회 등에 자격 정치 처분을 내렸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총 33개의 메달을 획득했지만 도핑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메달 11개가 박탈됨에 따라 종합 순위가 1위에서 4위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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