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치는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모을 계획이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U는 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한국 등 17개국을 '조세분야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tax jurisdiction)' 블랙리스트 국가로 지정했다. 이 단어는 일반적으로 조세회피처 국가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 함께 나미비아·몽골·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레인·바베이도스·세인트루시아·트리니다드토바고·사모아 등이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에 포함됐다.
EU는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 외국인투자지역 등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제도가 유해조세제도(preferential tax regime)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외국인투자지역 등에 입주하는 기업의 감면대상사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법인세 감면(5년, 7년)에서 △저율과세 또는 무과세 △국내와 국제거래에 차별적 조세혜택 제공 △해당 제도의 투명성 부족 △해당 제도에 대한 효과적 정보교환 부족 중 하나라도 충족되면 유해조세제도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지역과 경제자유구역 등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우리 정부가 소득·법인세 등 감면 혜택을 주는데서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게 EU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기재부는 이번 EU의 결정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지 않고, 국제적 합의에도 위배된다며 조세주권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OECD/G20의 BEPS(국가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 프로젝트와 다른 기준을 적용, 국제적 기준에 위배된다는 얘기다.
OECD의 BEPS 프로젝트에서는 적용대상을 금융·서비스업 등 이동성 높은 분야로 한정,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 지원제도는 유해조세제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EU의 이번 결정은 적용범위를 제조업으로 확대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특히 EU가 지난 2월 열린 OECD/G20의 인클루시브 프레임워크(Inclusive framework) 회의에서 OECD/G20의 유해조세제도 평가결과를 수용키로 확약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국제적 합의를 위배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까지 EU와 공동으로 현행 제도의 유해성 여부를 분석하고, 향후 합의를 통해 제도개선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2018년말까지 개정 또는 폐지를 약속하지 않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다.
평가과정에서 우리나라에 제도를 설명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절차상 논란을 낳았다.
기재부는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EU 자체기준을 강요하는 자체가 조세주권 침해에 속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EU가 투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제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광범위한 조세조약 등을 통해 효과적 정보교환 체제를 구축했다. 또 조세행정에서도 높은 투명성을 보장한다"며 "외교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범정부 차원에서 이번 EU 결정에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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