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콘텐츠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인수합병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무려 600억 달러 (약 65조원) 규모의 월트 디즈니와 21세기 폭스의 자산 인수 협상이 거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으며,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될 수 있다고 CNBC 등 외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美 미디어 격변기의 뜨거운 매물 '폭스'
21세기 폭스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사업 및 해외 자산 매각을 추진해왔다. 냇지오(Nat Geo), 스타(Star),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 영화 스튜디오 등과 스카이, 훌루가 매각의 대상이 되며, 매각 후에는 뉴스, 경제뉴스, 방송 네트워크, 폭스 스포츠만 폭스에 남게 된다.
폭스를 노리고 있던 기업은 디즈니뿐이 아니었다. 케이블·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컴캐스트, 미국 통신 1위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등도 폭스에 관심을 보였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새로운 기업들이 스트리밍 산업을 통해 거대 콘텐츠 경쟁자로 자라나면서 미국의 미디어 시장은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이에 맞서 지난 8월 디즈니는 향후 2019년부터 넷플릭스 측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고 자체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만 자사의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밝히면서 미디어 유통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을 예고한 바 있다.
니모를 찾아서, 토이 스토리 등 유명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픽사를 비롯해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들어내는 루카스 필름, 어벤저스 등을 제작한 마블 스튜디오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디즈니는 폭스 인수를 통해 그야말로 초거대 콘텐츠 제국으로 거듭나게 됐다. 아바타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를 제작한 20세기폭스의 판권이 디즈니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엑스맨, 판타스틱4, 데드풀 등 폭스에 속해 있던 마블 판권이 디즈니로 넘어가게 되면서 이전에는 한 작품에 등장하지 못했던 마블 캐릭터들이 한 영화에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가 영화팬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자산과 함께 대표도 데려오나?···제임스 머독 차기 CEO로 부상
한편 디즈니가 폭스 자산을 인수하면서, 제임스 머독을 CEO로 함께 데려올 수도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전했다.
2005년부터 디즈니를 맡아온 밥 아이거는 2019년 여름에 퇴임한다. 아이거는 그동안 후임을 찾는 데 난항을 겪었다. 당초 2015년 대표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었지만, 후임자로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하면서 3차례나 퇴임을 연기해온 바 있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COO가 후임자 후보로 거론된 적도 있지만, 21세기폭스 자산 인수가 진행되면서 루퍼트 머독 회장의 차남인 제임스 머독이 또다른 CEO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그러나 깨끗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디즈니가 머독을 선택할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FT는 지적했다. 폭스를 소유한 머독가(家)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 계열사인 영국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는 일부 유명인사 등의 휴대폰 음성메시지를 해킹한 사건으로 폐간된 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머독 회장이 폭스 뉴스의 유명 앵커인 빌리 오라일리의 성추행을 알고도 그를 계속 고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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