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참여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시장조성은행이라는 타이틀로 인한 이미지 제고 효과는 크지만 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1일까지 2018년도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시장조성자 신청서를 접수받는다. 선정자는 이달 넷째주에 발표된다.
올해는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KDB산업은행 등 국내 은행 6곳과 중국교통·도이치·중국건설·중국공상·중국·HSBC은행 등 외은 지점 6곳으로 총 12개 은행이 참여했다.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은 말 그대로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가 직접 거래되는 시장이다. 직거래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는 원·달러 환율과 달러·위안화 환율 비율을 나눠서 정한 원·위안화 재정환율을 써야 했다. 그러나 직거래가 가능해지면 각 통화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 없이 원화와 위안화를 거래할 수 있다. 거래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다. 또 달러 가치에 따라 원·위안화 환율이 변동되는 일도 없다.
시장조성은행은 원·위안 직거래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해야 한다. 연속적으로 매수·매도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가격 형성을 주도하고 시장에 유동성도 공급해야 한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무역거래를 통한 실수요가 미미해 수익을 챙기기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화의 국제화를 위해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크지 않다"며 "중국 내 인지도나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일평균 거래량은 20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8000만 달러(4.1%)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 위안화 결제 비율이 같은 기간 2배 증가한 것에 비하면 거래가 부진한 편이다. 대중 수출 위안화 결제 비중은 2015년 3.1%, 2016년 5.9%, 올해 상반기 6.2%에 그쳤다. 대중 수입 위안화 결제 비중 역시 올해 상반기 기준 5.5%에 불과했다.
정부도 이 점을 고민하고 있다. 기재부와 한은은 시장조성은행 등에 대해 올해부터 시행 중인 외환건전성부담금 감면과 중개수수료 인하 효과를 다시 점검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보다 많은 은행들이 원·위안 직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가 인센티브도 고려 중이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원·위안화 시장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시장 활성화 의지가 강해서다. 실제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만나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의 발전 등 양국 금융협력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제안했다. 은행들은 당장은 이득이 크지 않더라도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셈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비슷한 영업 전략을 택하면서 차별점이 없어진 상황에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에서 꾸준히 역할을 하다 보면 우월적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베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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