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영부인이 입으셨다길래 귀를 의심했어요.”
영부인이 홈쇼핑에서 옷을 사입다니···. CJ오쇼핑의 단독 브랜드 ‘VW베라왕’을 총괄하는 박지은 BM(브랜드매니저) 조차 믿을 수 없는 일은 현실이었다.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착용한 아이보리색 정장(베라 수트세트·2017 S/S)으로 유명세를 탄 VW베라왕의 진가는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박 BM은 지난 3년여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일단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2014년 미국 뉴욕 베라왕 본사를 찾아, 협업 브랜드를 만들자고 했을 때 베라왕 측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미 ‘럭셔리 웨딩드레스’로 명성이 자자한 베라왕을 TV홈쇼핑에서 판매한다는 것이 탐탁치 않았던 것이다. 혹여 그간 쌓은 명품 브랜드 이미지가 저가로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을 터.
그러나 이미 10여년 전 미국 시애틀에서 무대 의상 등을 공부한 그녀는 한국에서의 성공을 자신했다. 베라왕의 명성을 배가하면서도 가성비 좋은 고품질의 홈쇼핑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양사 모두 윈윈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1년여 설득 끝에 2015년 4월 아시아 최초로 베라왕의 의류와 잡화, 인테리어 등의 토털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후 박 BM은 서울과 뉴욕을 3개월마다 오가며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매출도 대박이다. 2015년 첫 론칭 이후 매년 200%씩 매출이 늘었고 올해만 해도 10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670억원에 이른다. 연말이면 800억원 돌파가 예상돼, 패션 단일브랜드로는 최고 매출이 기대된다.
박 BM은 “보통 한 시즌(봄·여름, 가을·겨울)이 시작하기 6~8개월 전부터 제품을 기획하고 최종 샘플을 미국 뉴욕 본사로 보내고 현지에서 미팅을 해서 실루엣과 포켓, 단추 위치 하나까지 수정한다”며 “본사에서 일일이 퀄리티(품질)를 체크해서 사실 힘들지만, 이번에 영부인 옷으로 화제가 되면서 지난 2년여간의 노력이 보상을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 베라왕 뉴욕 본사도 최근 김정숙 여사의 착용 소식을 듣고 굉장히 뿌듯해 했다고 한다. 이번 일로 양사 모두 한층 고무된 덕에 내년 2018년 S/S 시즌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는 “베라왕은 그동안 여성들에게 로망의 브랜드였는데, VW베라왕을 통해 보다 많은 한국 여성들이 옷장에서 한층 빛나는 브랜드를 가지게 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오버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그러면서도 고품질 브랜드로서 VW베라왕이 인식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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