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정 예산안이 6일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연말정국의 대미를 장식할 ‘입법 전쟁’의 막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입법 전쟁은 예산에 이은 연말정국의 제2라운드다. 여야는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하는 9일 이후 임시국회를 소집, 마지막 일전을 치른다.
전망은 안갯속이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개헌·선거구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포스트 예산 정국은 고차방정식으로 격상했다. 연말정국 제1라운드에서 패싱당한 자유한국당은 ‘예산안 무효’를 주장하며 대여 투쟁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국민의당은 물론, 정부 예산안에 반대한 바른정당 등도 현미경 심사를 예고했다. 올해 ‘입법 전쟁’이 내년 6·13 지방선거 주도권 싸움의 전초전적 성격을 갖는 만큼, 여야의 사활 건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입법은 예산과는 달리 쟁점법안의 경우 과반이 아닌 재적 의원 5분의3 이상(180석)이 동의해야만 신속처리 법안으로 상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당(116석)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121석)·국민의당(39석)·바른정당(11석)·정의당(6석)의 의석수 합은 177석이다. 세출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의 예산 집행에는 경고등이 켜진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연말정국 제2라운드의 쟁점은 △개헌 △선거구제 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각 당의 쟁점 법안이다.
이 중 헌법개정과 선거구제 등은 내년 상반기까지 정국을 강타할 블랙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주장했다. 쟁점 법안에선 당·청은 공수처 설치법안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을, 야권은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곳곳이 지뢰밭인 셈이다.
이르면 다음 주 소집하는 임시국회의 첫 관문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위한 테이블 마련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예산 과정에서 선거구제 개편 등을 빅딜로 쓴 만큼, 논의 테이블 마련 여부가 임시국회 초반 양당 공조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암초는 많다. 제1야당은 공개적으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반대’를 천명했다. 앞서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개헌을 지방선거에 붙여서 추진하면 안 된다”고 말한 데 이어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예산안과 정치적 사안을 연계해 끼워팔기식 거래를 한 것은 구태 중의 구태”라며 반(反) 개헌 전선에 섰다.
바른정당과 정의당 등 비(非)교섭단체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 긍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국면에서는 ‘반한국당 대 한국당’ 구도로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與 ‘공수처·국정원 개혁법’ vs 野 ‘규제프리존·서발법’
개헌·선거구제 추진의 변수는 민주당의 적극성 여부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양당 빅딜 합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할 의지가 있느냐”는 우려가 끊임 없이 나온다. 대통령 권력구조 개편에서 당·청은 4년 중임제, 국민의당은 이원집정부제(분권형 개헌)로 갈리는 것도 극복 대상이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권력구조 개편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선거구제에선 국민의당과 소수 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 등을 원하는 반면, 한국당은 영남 기득권 붕괴를 우려해 ‘반대’ 입장이다. 민주당도 호남 기득권 포기가 불가피해 실제 선거구제 개편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선거구제 개편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영·호남 기득권을 포기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 전쟁의 전선은 고차방정식이다.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일명 문재인 케어(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물관리 일원화법(정부조직법 개정안)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을 중점 법안으로 꼽았다. 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도 일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선거구제에서 형성된 공조모드가 입법 전쟁에서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당은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노동개혁 법안 등의 통과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난색을 보인다. 국민의당은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은 물론 △방송법 △특별감찰관법 △지방자치법 △국민체육진흥법 등의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여야가 복잡하게 얽힌 셈이다. 이날 법안처리에 나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공전했다. 12월 임시국회의 빈손 우려가 한층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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