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窓] 막내리는 '옐런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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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국제뉴스국 국장
입력 2017-12-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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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에디터]

 [글로벌 에디터 이수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71)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 그와 함께 통화정책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옐런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비상수단으로 도입된  '양적완화(QE)'라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시장의 큰 혼란과 충격 없이 제자리로 돌려 세우는 데 성공했다. 온화한 성품의 비둘기파이면서도 필요한 순간에 매파적으로 움직이며 지난 4년간 세계경제의 수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이다.

그는 100여년 전통의 연준이 배출한 최초의 여성 수장이자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한 번의 임기만 채우고 물러나는 의장으로 역사에 남는다. 그동안 연준 의장은 관행적으로 정권 교체 후에도 연임해왔다. 연준의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보장한다는 차원이다. 옐런 의장의 뛰어난 자질과 업적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 반대 여론에 굴복해 이러한 전통을 뒤집었다.

옐런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를 지내는 동안 경기 진단에 대한 남다른 안목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자 그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과 함께 4조 달러를 시중에 푸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설계해 미국과 세계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그에게 '양적완화의 어머니'라는 별명이 이때 붙었다.

연준 부의장을 거쳐 2014년 2월 연준 의장에 오른 옐런에게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이렇게 엄청나게 풀린 돈을 시장의 충격 없이 점진적으로 회수(테이퍼링)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이제 막 어둠의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는 경기 회복의 불꽃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2015년 12월 연준은 9년 반 만에 첫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5년 넘게 지속되던 제로 금리를 탈피 했다. 다음 주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로 결정하면 옐런의 임기 중에 총 다섯 번 금리가 인상되는 셈이다. 양적완화 정책으로  4조5000억 달러까지 불어난 연준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작업도 지난 10월 시작됐다. 

옐런의 신중한(?) 금리 인상은 연준 내 매파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그가 미국과 세계 경제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이루고 연준을 떠난다는 사실에 대해선 이론이 별로 없다.

2010년 2월 옐런이 연준 부의장으로 취임할 당시 미국의 실업률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9.7%에 달했다. 올해 10월은 4.1%까지 떨어졌다.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거의 완전고용 수준의 실업률이다. 지난 8년간 미국에는 일자리 1700만개가 창출됐다.

견고한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또 다른 주요 정책목표인 물가가 목표치(2%)를 계속 밑돌고 있어 아쉬운 대목이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낮은 상태가 계속되면 기준금리 인상도 어렵고 양적 축소 또한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양적 축소 작업이 미뤄지면 갈 곳을 잃은 돈은 주식시장, 국채,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들어 거품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옐런 의장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사직서에서 미국 경제의 '상당한 호전'과 더불어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 강화를 자신의 치적으로 꼽았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사들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도드-프랭크 법’의 강력한 옹호자였다. 그가 차기 의장에 재지명되지 못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산업 규제완화에 대해 완강한 반대입장을 고수한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제롬 파월 연준 이사(64)는 옐런과 4년간 손발을 맞췄다. 기본적으로 옐런과 같은 비둘기파로 분류되지만 규제 완화를 주장해온 트럼프 경제라인 및 월가의 투자은행과 뜻을 같이한 친(親)시장파이다. 현 Fed 지도부 가운데 유일한 공화당원이다. 이제 전 세계 경제는 파월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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