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주도로 국제인권포럼을 처음으로 개최해 서방국 주도의 국제 인권 거버넌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외교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남남(南南, 개발도상국간)인권포럼'이 7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베이징에서 열렸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인류운명공동체 구축:남남인권 발전의 새로운 기회’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엔 전 세계 7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 대표들, 학자 300여명이 참석해 글로벌 인권 거버넌스 추진과 관련해 개발도상국간 인권 협력안을 논의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일 서면 축사를 통해 "인권사업은 오직 각국 국정과 인민의 수요에 맞춰 추진될 수 있다"며 "개발도상국은 인권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원칙을 견지하며 인권보장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나가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공정·공평·개방·포용의 정신으로 개발도상국 인민의 바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공동선언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인권 협력 내용도 발표할 예정이다. 서방국 주도의 국제인권 거버넌스와 개혁에 개발도상국들도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미다.
홍콩 명보는 8일 "기존에도 중국에서 인권포럼은 열렸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열린 적은 없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창젠(常健) 난카이대 인권연구중심 주임은 “과거엔 개발도상국간 협력이 주로 경제 위주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인권 협력을 논의한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창 주임은 "그동안 서방국이 줄곧 세계 인권 문제를 주도해오면서 가치관에 있어서 그들의 관점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돼온 게 사실"이라며 "서방국들은 전세계 인권을 오로지 민주와 비민주, 두 가지로 구분하고 각국간 전통문화와 사회적 기초의 차이를 무시해왔다"고 지적했다.
당기관지 인민일보도 8일 사설격인 '중성(鐘聲)' 칼럼에서 "전 세계 어디서나 적용될 수 있는 올바른 절대적 진리는 없다"며 "인권 발전의 길은 누구 하나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남의 것을 그대로 답습할 수도 없는 것으로,인권영역에서 그 누구도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은 없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그러면서 "개발도상국의 현실에 기초해 각국 상황에 부합하는 인권발전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또 중국은 중국 특색의 인권발전의 길을 걸어오며 인류역사의 발전 기적을 만들어냈다"며 "중국의 경험이야말로 인권발전을 실현하는 근본적 길임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중국은 그동안 인권문제를 놓고 서방국과 잦은 충돌을 빚어왔다. 중국은 서방국의 자국 인권문제 지적에 이중적 잣대에 따른 내정간섭이라며 맞서왔다.
미국은 올 3월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해 중국내 시민사회단체 억압, 홍콩의 자치권 침해 등을 지적했다. 6월에도 '2017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해 탈북자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을 4년만에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재지정했다.
이에 중국도 올 3월 자체적으로 미국의 인권실태를 비판한 보고서를 발표해 미국내 인종차별, 빈부격차, 총기사건 등에 따른 생명권 침해 등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스스로 '인권재판관' 행사를 하며 '인권방망이'를 휘둘러 각국의 인권상황을 이러쿵저러쿵 하면서도 자국 인권 문제는 전혀 돌보지 않는다"고 꼬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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