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분만 전 뇌손상을 입은 태아에게 2억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 받은 현대해상화재보험이 항소심을 제기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현대해상은 A씨에게 1억7900만원에 상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A씨는 임신중이던 지난 2010년 당시 본인과 당시 태아 상태이던 자녀를 피보험자로 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분만 과정에서 태아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나타났고, 출생 이후에도 보행장애와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이 나타날 것으로 진단됐다.
이에 A씨는 현대해상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현대해상 측에서는 ‘A씨 자녀가 출생하기 전인 태아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라 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고, 분만 과정 중 일어난 상황이라 계약 조항에서 말하는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 사고라고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9단독 오상용 부장판사는 “김씨와 현대해상은 출산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해 계약을 체결했고, 보험기간은 출생일이 아닌 체결일부터 시작됐다”며 “해당 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보험기간 개시 시점과 불일치해 문구 그대로 해석할 수 없다”고 지난달 16일 원고일부승소를 선고했다.
이어 “인보험의 목적은 생명, 신체 보호에 있는데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것은 그 목적에 충분히 부합한다”며 “분만 중 응급상황이 발생한 것은 통상적인 분만 과정이 아니고 약관상 보험금 지급 대상인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인보험은 피보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또 원고 A씨와 피고 측 현대해상이 해당 보험 계약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을 약정하는 부제소합의를 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A씨가 상해를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현대해상보험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으며 향후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추가로 약정한 것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당시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상해 사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사실을 전달받았기 때문에 이 합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부제소합의를 체결했더라도 분쟁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실에 착오가 있었다면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대해상은 선고 이후인 지난달 21일 항소장을 제출했고 지난 7일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재판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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