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다음은 사람?…무늬만 동물 보호하는 '동물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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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7-12-1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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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습적인 동물 학대에 힘 못쓰는 현행법…주인없는 동물 학대·살인해도 처벌 못해

  • 연쇄살인범, 사람 대상 범죄 전 '예비범행'으로 동물 활용하기도

 

[아주경제 DB]


#고등학생 7명이 “밤에 몰려다니기만 하면 재미 없다”는 이유로 이웃집 개를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무차별 구타했다. 학대에 재미가 들린 이들은 유기견이나 동네 개를 훔쳐 하늘로 던지거나 공 차듯이 발로 차고, 불로 몸을 태우는 등 다양한 폭력을 행사했다. 개가 도망가면 끝까지 쫓아가서 때렸다. 18번째 피해견이었던 ‘뽀순이’의 주인이 폭력으로 참혹하게 망가진 사체를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들은 검거됐다. 이들은 유기견을 제외한 9마리에 대한 학대, 절도혐의로만 기소됐다. 2011년 경기도에서 발생한 ‘양주 고교생 개 집단 도살사건'의 전말이다.

#인천의 한 중학교 맞은편 공터. 한 중년남성이 공터에서 개를 칼로 찌르고 불로 태우고 있었다. 이 남성은 죽은 개의 사체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토막까지 냈다. 사람들이 “그만두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남자는 토막난 개의 사체와 피 묻은 칼, 장갑 등을 주변에 두고 유유히 사라졌다. 학생들은 정신적 충격에 까무러칠 정도였다. 그러나 남성은 현 동물보호법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경찰 CCTV 조사 결과 이미 죽은 상태의 개를 훼손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웃집 반려견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거나 유기견, 길고양이등을 심심풀이로 학대해 죽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동물을 상습적으로 학대하거나 죽이는 행위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약화시키고, 급기야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처벌 수준을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1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서는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청원에 3만8000명이 서명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처벌 상한선으로 실효성이 낮다. 국내에선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동물학대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없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법적인 시선에서 보면 여전히 동물은 사유재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실형보다는 고작 수십만원 벌금형을 받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는 생명에 대한 윤리와 동물의 복지를 보호한다는 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도 동물에 대한 범죄에 대해 국내법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주장한다. 동물을 상습적으로 학대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 죽이는 행위 등은 인간에 대한 잠재적인 범죄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동물학대를 반사회적 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FBI 범죄심리학 연구 결과 많은 연쇄살인범이나 강간범들이 어린 시절 동물을 학대하거나 동물로 잔혹하게 살인을 연습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포포스(Four Paws)의 ‘동물학대와 인간의 폭력성과의 관계(The Animal Abuse-Human Violence Connection)’ 자료에 따르면 실제 동물학대자의 70%가 다른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 중 40% 이상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연결됐다. 

실제 국내에서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노인과 여성 등 21명을 참혹하게 살해한 유영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여성 7명을 해친 강호순 등은 경찰조사 결과 연쇄살인을 계획하기 전에 개·소·돼지 등 각종 동물로 살인 연습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전국민을 경악하게 한 ‘안산 토막살인’ 사건의 용의자 조성호도 인천지역에서 대형 애견카페를 운영하던 ‘애견인’이었지만 뒤에서는 동물을 바닥에 던지거나 벽돌로 찍는 등의 학대 행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동물보호법 강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상습적인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국민 법감정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탓이다. 내년 3월 시행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동물학대죄 처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된다. 유기동물을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포획하는 행위도 학대 행위에 새롭게 포함됐다.

다른 국가들은 동물학대를 중죄로 다룬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워싱턴DC·뉴욕·델라웨어 등 대부분의 주에서 동물학대 처벌은 살인·방화·강도 등과 비슷하다. 특히 고의적인 고문, 학대의 경우 최대 징역 10년에 처해지며 애완동물 15년 소유 금지 등의 부과조치도 내려진다. 일본에서도 애완동물을 죽이거나 상처입힌 자는 2년 이하 혹은 2000만원(20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아 동물보호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편에서는 유기동물 등에 대한 학대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특히 말 못하는 동물을 상대로 한 잔인한 학대 행위는 인간에 대한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처벌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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