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떠난 상심에 결국 무지개다리 건넌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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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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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살갑게 지내던 같은 처지의 유기견이 새주인을 만나 떠난 뒤 상심 속에 시름시름하다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가 가슴을 아리게 하고 있다.

겨울이는 올해를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29일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등산로에서 쓰러진 채 바들바들 떨고 있다가 구조됐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고 10살이 넘은 것으로만 추정할 수 있었다. 발견 당시 겉모습은 깨끗했지만 속은 말이 아니었다.

이빨은 송곳니 하나를 제외하곤 몽땅 빠져 있었고, 아래쪽 턱뼈는 부러져 있었다. 심장사상충도 발견이 됐다. 심장 역시 좋지 않았다.

당연히 탈진 상태였고, 겨울이를 본 수의사는 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겨울이는 원기를 회복했고, 심장사상충도 완치됐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워낙 나이가 많은 탓에 입양은 커녕 임시보호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치료차 갔던 동물병원이 겨울이의 거처가 됐다.

병원에서는 잘 적응했다. 특히 겨울이에게 힘이 되어준 개가 있었다.

식탐이 많아 밥을 먹다 다른 개가 다가오면 화를 내곤 했던 겨울이. 유독 '소원이'란 할머니 유기견과는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날 소원이는 새주인을 만나 훌쩍 입양을 갔다. 그 뒤로 겨울이는 어울리는 개 없이 혼자가 됐다.

지난달부터 겨울이의 몸이 급격히 나빠졌다. 목이 기우는 증상이 나타나고 그 좋던 식욕도 사라졌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치료 반응이 있었지만 결국 급격히 몸이 나빠져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몸에 심한 염증까지 생겼다.

지난 4일 겨울이를 알고 있던 동물보호단체의 한 회원이 소식을 듣고 닭죽을 쑤어 가져왔다.

겨울이는 자기를 위해 준비해 온 걸 고마워하듯 천천히 받아먹었다. 작은 양이지만 그래도 스스로 먹었다.

다음날 동물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겨울이를 치료하고 돌봐왔던 유경근 수의사는 "겨울이를 꼭 누군가의 품에 가서 남은 생을 사랑받고 살게 해주고 싶었는데 끝내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그래도 마지막은 누군가의 정성어린 죽 한그릇이라도 먹여 보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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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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