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1.2%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보성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이사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 '2018 글로벌 자동차시장 전망' 세미나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판매량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이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미국과 중국의 부진을 만회할 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모는 약 9327만대로 올해보다 1.2%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같은 기간 1728만대에서 1698만대로 1.7% 감소한다. 이는 2년 연속 감소세로, 금리 인상에 따른 실제 구매 부담 증가가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은 구매세 인하가 종료돼 내년에는 올해보다 1.3% 감소한 2423만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시장 최초 감소세이기도 하다.
유럽은 서유럽의 실질적 구매의사인 대기수요 감소가 자동차 시장 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디젤 규제 강화로 전동차가 증가하며 결과적으로 1781만대에서 1807만대로 1.5% 상승한다.
주요 시장에서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BRI 시장은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꼽혔다. 인도는 시장 규모가 올해 320만대에서 내년 348만대로 약 8.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러시아는 유가 상승과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올해 약 186만대, 16.7% 성장이 예상된다. 브라질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성장세가 계속돼 233만대, 약 7.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이사는 "내년에는 BRI로 대표되는 신흥시장 중심으로 자동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은 180만대 수준으로 올해보다 약 2만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수입차 시장은 올해와 내년 모두 성장세가 예상됐다. 2016년 8월 판매금지 조치를 받은 아우디·폭스바겐이 내년부터 판매 재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자동차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와 엔화 약세가 지속하면서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올해 1130원에서 내년 1105원으로 낮아지며, 원·엔 환율은 100엔 당 1018원에서 978원으로 하락한다.
이 이사는 "한국 자동차 산업생산은 450만대로, 국내 내수 규모를 감안하면 최소 300만대를 수출해야 하는 만큼 환율이 중요하다"면서 "일본은 2011년 이후 엔저 정책으로 자동차 가격 경쟁성을 높이고 실제 수익성도 크게 개선했다"고 말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내년도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는 지속세다. 전세계 자동차 판매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만 해도 20% 미만이었으나 올해 31%까지 올랐고, 내년에는 32.9%까지 늘어난다는 관측이다. 특히 소형 SUV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전체 SUV 판매 비중이 2025년께 40%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친환경차 시장은 정부 지원 정책과 함께 신차가 늘면서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중심으로 올해 261만대에서 내년 301만대로 15.5% 성장을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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