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이하 현지시간) 앨러배마 주 연방상원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에 휩싸인 로이 무어 후보의 당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폴리티코 등 미국 주요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앨러배마와 접한 플로리다 주 펜서콜라를 방문해 무어 지지를 호소하면서 앨러배마 지역 신문의 1면을 도배했다. 또한 그는 자동녹음전화멘트인 로보콜에 무어를 지지해달라고 녹음하고 4억40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도 무어를 민주당에 대항하는 전사로 묘사하면서 그를 지지해달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이날 앨러배마 주의 또 다른 상원의원인 공화당의 리처드 셸비 의원은 무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앨러배마 주민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은 권리가 있다”면서 무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도 NBC 인터뷰에서 "무어는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상원 윤리위원회 조사에 즉각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무어 반대를 표명했다.
당초 무어 후보는 공화당의 오랜 텃밭인 앨러배마 주에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으나 성폭력 고발 캠페인인 '미투 캠페인'이 확산되는 와중에 8명의 여성이 과거 무어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고 나서면서 판세가 흔들렸다. 무어가 30대 때 지방검사를 역임하던 시절 미성년자를 비롯한 여성들에게 부적절한 성적 언행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연달아 쏟아진 것이다.
직후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성폭력 고발 보도가 나온 직후 무어에 자진사퇴를 촉구했고 공화당전국위원회(RNC)도 선거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당선이 됐을 경우를 대비해 상원 윤리위원회 제소, 청문회 등 무어 퇴출 방안도 논의됐다.
그러나 무어는 성폭력 고발이 거짓이라고 부인했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앞장서서 무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RNC도 슬그머니 선거자금 지원도 재개했다. 11월 초 치러진 미니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상승 모멘텀을 실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무어는 성폭력 폭로 직후 지지율이 급락하는가 싶더니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비스 마케팅'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어는 49% 지지율로 존스를 4%포인트 앞섰다.
무어가 이대로 승리할 경우 상원에서 공화당은 기존 52석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치적 승리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무어 측 캠프도 이번 선거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투표로 그리고 있다.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앨러배마 주에서 클린턴 후보를 28%포인트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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