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임시국회의 막이 올랐지만, 막판까지 입법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비롯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국가정보원 개혁 법안 등 화약고가 즐비한 데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집권당, 제1야당 대표 등이 일제히 일정수행차 해외 출국을 예고하면서 임시국회 회기 종료 직전까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야는 오는 11∼23일까지 12월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했다.
◆文대통령 방중 기간 때 국회 진공 상태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의장은 오는 13일부터 7박8일의 일정으로 페루를 방문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6박8일의 일정으로 러시아로 출국, 러시아의 ‘신 동방정책’과 한국의 ‘신 북방정책’ 연결고리 찾기에 나선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오는 13∼15일까지 일본을 방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 福志郞) 일본 측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을 만나 북핵 공동대처 방안을 모색한다. 한일의원연맹 우리 측 회장인 강창일 민주당 의원도 전날(10일) 2박3일 일정으로 여야 58명을 이끌고 방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달 13∼16일까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 대통령 부재 기간 때 국회도 진공 상태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 의장과 여야 대표의 해외 일정은 ‘외유성’과는 거리가 있다. 정 의장은 루이스 갈라레타 국회의장과 양국 의회의 교류 방안을 논의하고 페루 국회로부터 훈장을 받는다.
추 대표는 ‘한러의원외교협의회장’ 자격으로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의 공식 초청을 받았다. 같은 당 백혜련 대변인은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뱌체슬라프 빅토로비치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과 단독 회동을 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 역시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논의차 일본을 방문한다.
◆외유성은 아니지만…회기 마지막까지 난항 예고
또한 의장이 없어도 부의장 주재로 본회의는 소집할 수 있다. 각 당의 쟁점법안 처리 등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중심으로 협상을 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입법 처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실론이다. 여야 대표 방문 때 국회의원 동행은 관행이다. 추 대표의 러시아행에도 같은 당 김병관 박범계 박재호 의원과 백 대변인, 김정훈 자유한국당·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등이 동행한다. 홍 대표의 일본 방문 때도 일부 의원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의 남미행의 경우 애초 추진됐던 각 당 원내대표 동행은 무산됐지만, 의원 4∼5명이 함께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 다수도 오는 13∼20일 미국 하와이와 일본을 방문한다.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돌아오는 주말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두 개 반으로 나눠 일본 도쿄와 베트남 호찌민, 홍콩과 싱가포르로 각각 출국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7명도 오는 13∼16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의 상하이 등을 방문한다.
예산과는 달리, 입법은 의원 한 표 한 표가 문재인 정부 1년차 여야의 운명을 결정한다. 민주당은 핵심 법안으로 지목한 ‘공수처’ 설치 법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의견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는 여야 합의에 실패한 법안을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의 찬성으로 지정, 최대 330일 이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는 제도다. 국회의원 재적 5분의 3은 180명이다.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9석), 정의당(6석), 민중당(2석)의 의석수는 168석이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은 고사하고 민주당의 중점법안인 공수처 및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일명 ‘문재인 케어’(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과 한국당의 중점법안인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날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만 883건이다. 12월 임시국회가 중대한 갈림길에 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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