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달라진 정부의 태도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당국이 서서히 힘을 빼고 시장 정돈을 위한 관리·감독에 나서자 시장이 당황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지난 6개월간 중국 국가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새로운 순전기 승용차 사업을 단 한 건도 승인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지난 10월 '승용차 제조기업 평균 연료 소모량과 신에너지차 점수 병행관리 방법'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재정부 관계자가 "정부가 현재 신에너지차의 과잉생산 여부 확인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이 관리·감독 역량을 높였다는 사실은 지난달 17일 개막한 광저우(廣州) 모터쇼에서도 확인됐다. 앞서 발개위로부터 순전기차 사업 승인을 받은 15곳 기업 중 단 5곳만 신모델을 공개했다.
중국은 최근 새로운 규정을 마련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이 친환경차 신모델을 출시하려면 발개위에서 순전기차 사업 승인을 받은 후 공업신식화부(산업정보화부 격, 이하 공신부)에서 기업·제품 인증을 받도록 했다. 당국은 이러한 제도를 2018년부터 확실히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인청량(殷承良) 상하이교통대 자동차에너지절약기술 연구소 소장은 "발개위는 기업의 생산능력을, 공신부는 제품 수준을 평가하는 것으로 당연히 어느 쪽도 부족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는 당국의 규제 강화라기 보다는 제대로 된 친환경차를 개발해 생산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과열된 시장 분위기를 우려했다.
실제 시장 확대 속도에 비해 투자·생산능력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비공식통계에 따르면 현재 약 32곳의 중국 기업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시설 확보를 선언했고 그 범위는 전국 대부분 성(省)과 직할시를 아우른다. 공개된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2020년 연간 696만대 생산이 가능해지며 이는 2020년 생산능력이 판매량의 3배를 웃돌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 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낙관적인 전망 외에 자본의 부추김이 더해진 것이라는 점도 당국 태도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설립 10년 남짓의 미국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한 때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을 넘어선 '기적'이 중국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중국 기업인과 자본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당국의 태도 변화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닦는 긍정적인 조치라는 판단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고속성장에 따른 무분별한 시장 진출과 거품 확대에 따른 리스크 가중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 중국 당국은 전기차 등 신흥 산업 육성을 여전히 고도로 중시하고 성장 잠재력이 막강하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중국 친환경차 스타트업 링파오(零跑, Leap Motor)가 올해 출시한 전기 스포츠카 'LP-S01'에 투자한 다화(大華)하이테크의 주장밍(朱江明) 창업자는 "우리는 원대한 꿈을 갖고 친환경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면서 "이친환경차 시장 파이는 충분히 크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대대적 지원에는 힘이 빠졌지만 친환경차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가 11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11월 친환경차 출하량과 판매량은 12만2000대, 11만9000대로 10월 대비 각각 32.8%, 30.5%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0.1%, 83%씩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순전기차 출하량과 판매량이 10만5000대, 10만2000대로 전년 동기대비 64.3%, 74.9%씩 증가했다.
올 1~11월 친환경차 출하량과 판매량은 각각 63만9000대, 60만9000대로 전년 동기대비 49.7%, 51.4% 급증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 전체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11월 중국 자동차 출하량과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3.9%, 3.6% 증가한 2599만9000대, 2584만5000대에 그쳤다. 지난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것과 비교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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