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비트코인 열풍이 일본에서도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 참여자는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는 지난 10월과 11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 중 40%를 차지하면서 세계 최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일본에서 비트코인의 가격은 연초에 비해 17배 올랐다.
◆ 25배 달하는 레버리지 허용으로 변동성 키워··· 가상화폐 시장으로 자금 유입 계속
지난 2016년에는 중국 위안화가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고 있었지만, 중국 당국이 9월에 거래를 금지하면서 중국 위안화의 점유율은 거의 제로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빠진 가상화폐 시장에 일본이 큰손으로 들어온 것이다.
일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 대표인 가노 유조는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트플라이어는 일본 내 비트코인 거래 80%가 이뤄지는 곳이며, 전 세계 거래량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 가노 대표는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의 비율은 반반 정도이며, 예치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비트플라이어가 현금 예치금의 15배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서 일본의 비중은 급속하게 커졌으며 가격의 변동성도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코인(QUOINE)과 비트포인트재팬, GMO코인 등 다른 일본 거래소들은 예치금의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 거래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이 차입금을 활용해 거래소에 예치하는 증거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으로 레버리지 거래를 하면서 시장의 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 개인투자자의 90% 이상이 투기··· "투자자 보호 및 규제 필요"
이처럼 일본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몰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4월 개정된 자금결제법이라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받으면서 가격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법 개정이 비트코인의 급등세를 부추기면서 투기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비트코인 거래에서 결제 수단이 아닌 상승을 노리고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가 개인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젊은 층의 투자가 활발하다. 일본의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의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에 비해 2.5배 늘었으며, 이용자의 60%가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다. 가격 변동이 큰 비트코인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면서 주식 등 자산 시장에서 가상화폐 시장으로 자산이 이동하고 있다. 특히 연말 보너스를 가상화폐 시장에 넣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일본의 비트코인 투자가 덩치를 급격히 키워가면서 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지만, 일본에는 제대로 된 투자자 보호나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지나치게 급증하는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UFJ 리서치&컨설팅의 가토 사토루 수석연구원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시세 조종에 대한 규제마저 없는 상황”이라면서 “투명한 가격 형성을 감독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