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진(CEO)에 '칼날'을 들이댔다. 위법행위를 저지른 CEO들이 '꼬리 자르기 식' 등의 수법으로 처벌을 면해오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다.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TF)는 12일 금융사의 개별 위규행위 적발에만 치중하던 검사 관행서 벗어나 지배구조운영 실태를 비롯해 내부통제에 검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금감원에 제출했다.
권고안을 보면 CEO의 위법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토록 한다는 내용이 가장 눈에 띈다. 금융사들은 그동안 내부에서 위법 행위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은 금융기관에 한하거나 꼬리 자르기 식으로 실무진에 책임을 돌렸다. TF는 이러한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기관은 물론 CEO에도 엄중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CEO의 잘못을 짚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이효근 금감원 제재심의 국장은 "새로운 검사 기법을 개발할 것"이라며 "경영방침으로 인한 위법행위가 명백하면 가능한 최고경영진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TF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에 대한 리스크 중심으로 검사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소비자나 거래기업에 부당한 피해가 발생할 때 위규행위에만 검사 역량을 집중하면 '발본색원(拔本塞源)'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제의 근본 원인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동원 위원장은 "금감원이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 이후 개선 사항을 권고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공시해야 한다"며 "반대로 내부통제제도 운영이 우수한 금융회사에는 기관제재 감경, 검사주기 완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작심 발언 후 논란이 되는 '지배구조 적정성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며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최 위원장은 최근 "금융지주사 CEO는 선임에 영향을 미칠 특정 대주주가 없어 해당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논란"이라며 "CEO 스스로 가까운 분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 위원장은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직간접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여서 사외이사들이 CEO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사외이사가 독립성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관련 협회 등 독립적인 제 3의 기관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토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지배구조 적정성 문제는 이번 TF 개선안에 포함되지 않은 안건이지만, 최 위원장도 이와 결을 같이하는 의견을 드러낸 만큼 구체적인 안이 곧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를 다시 문제 삼은 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연임 문제를 계속 끄집어내는 데 나이제한을 벗어나지 않으면 3~4번도 CEO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존에 하던 CEO가 경영을 잘 해 호실적을 이끌고 기반을 튼튼하게 했다면 어느 이사회에서 연임을 반대하겠는가. 오히려 이러한 CEO의 연임을 반대하는 이사회야 말로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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