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은 모두 883건이다. 이 가운데 법사위 고유 법률안 706건, 타 상임위에서 넘어와 법사위 심사를 대기 중인 법률안은 177건이다. 177건의 법안은 이미 타 상임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여야 합의로 통과된 후 법사위로 넘어왔다. 하지만, 정치적 공방을 빌미로 회의를 열지 않거나 체계·자구 심사를 빌미로 시간을 끌어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몇 달 동안 각 상임위는 개미처럼 심사해서 넘겨줬는데 법사위가 베짱이처럼 침대에 누워 심사를 해주지 않을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개점휴업' 상태인 법사위를 두고 자유한국당이 임시국회를 사실상 보이콧하고 있다며 "법사위를 인질로 삼은 대국민 인질극"이라면서 "예산안이 자기 맘대로 되지 않아 막무가내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생법안' 가운데선 연내 반드시 통과시켜야만 하는 필수 법안들이 많다. 프랜차이즈 대리점이 보복조치로 손해를 입을 경우 가맹점의 손해배상을 3배까지 강화하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리점법)'도 법사위에 붙잡혀 있다.
◆ "신고하면 보복 당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3배 물린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6일 대리점 공급업자의 보복 조치로 대리점이 손해를 입었을 때 해당 공급업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리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대리점법은 구입 강제 행위,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 행위 등에만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물린다. 개정안은 대리점이 대리점 공급업자의 보복 조치로 인해 손해를 입었을 경우에도 입은 손해의 3배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보복 조치'란 신고를 하거나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수주 기회를 제한하거나 그동안 거래했는데 △거래를 정지하거나 △납품 물량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때에만 적용하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입증해야 한다.
지난달 28일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선 제 의원의 발의 취지가 담긴 공정위의 수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안은 우리나라 법체계와 맞지 않는 매우 특이한 경우에만 허용한다. 원래 정신을 반영해서 적용대상을 정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부위원장은 "보복을 두려워해서 신고를 못 하고 협조를 못 한다. 아주 악의적이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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