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의사협회, 이기주의 버리고 정책파트너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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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생활경제부 차장
입력 2017-12-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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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추운데 버스가 왜 안 오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버스정류장에서 한 부자가 수십분간 버스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고 있었다. 대한의사협회가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어 광화문 일대에 교통 통제가 이뤄져서다. 

의사협회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광화문 일대 교통을 멈출 정도로 규모가 컸다. 주최 측 추산으로 3만명의 의사와 의대생이 전국에서 모였다.

하지만 시민 반응은 동장군만큼이나 차가웠다. 청와대 앞 100m 집회를 위해 효자치안센터로 이동하면서 사회자가 거리에 있는 시민들에게 응원을 요청했지만 침묵만 돌아왔다. 휴일을 맞아 광화문과 경복궁, 서촌 일대를 찾은 시민들은 생각지 못한 혼잡에 불편만 드러냈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미용·성형 분야 등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진료 항목을 급여화하는 게 핵심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100%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가 건보 혜택이 주어지는 급여로 바뀌면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 63.2%에 머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초음파·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봇수술·2인 병실 등 3800여개 비급여 진료에 대해 단계별로 건강보험을 적용할 방침이다. 환자 부담이 큰 3대 비급여 항목인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개선에도 나선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선택진료비를 전면 폐지하고, 하반기에는 2~3인 병실에도 보험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에 오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의사협회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순서가 잘못된다는 입장이다. 급여로 바뀌는 의료 항목의 적정 가격은 정부가 정한다. 이를 '수가'라고 하는데, 현재 수가가 원가에 훨씬 못 미친다며 이를 정상화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한다. 연세대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는 국내 의료수가 원가보전율을 69.6%로 추산한다. 동네의원(62.2%)과 병원(66.6%)은 평균을 밑돈다. 종합병원(75.2%)과 상급종합병원(84.2%) 보전율도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를 강행하면 작은 병원들은 파산할 것이라고 의사들은 주장한다. 급여 항목이 늘어나면 안 그래도 환자가 몰리는 대형병원에 환자가 더 쏠려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은 줄줄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급여 비중이 작지 않은 대형병원 역시 장기적으론 경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정책 시행에 들어가는 돈도 문제 삼는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고, 이미 쌓아놓은 건강보험 재정도 빠르게 고갈될 것이란 주장이다. 의사협회는 문재인 케어 시행에 최소 34조6347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수가가 현실에 미치지 못하는 점은 정부도 인정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병원이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적정한 수가를 보장하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의사협회 주장에 타당한 점이 있음에도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돈벌이에만 관심 있고 국민 건강권 신장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의료인 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문재인 케어에 우호적인 것과도 대비된다.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적극적으로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도 “의사들의 염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로, 의료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집회 이후 첫 대화가 14일 열렸다. 이를 시작으로 강경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정부 의료정책의 파트너 역할을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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