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이 12월 국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정·청이 일명 ‘근로시간 단축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연내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뜻을 모았지만 중복할증 등 세부안을 놓고 당·청 간 불협화음이 나오는 데다, 노동계와 경영계도 전면전을 펼치며 전방위적인 압박에 돌입해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법의 ‘연내 입법’을 촉구했다. 지난달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경노동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간사 합의안이 여당 내 강경파의 반발로 무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여당에 가이드라인을 내린 셈이다.
◆靑·黨 지도부, 휴일수당 미적용 ‘가닥’···강경파 반대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의 최대 쟁점은 ‘중복할증’의 시행 여부다. 주당 68시간인 현행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축소하되, 주말 근무에서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무수당’을 중복 적용할지가 관건이다. 이날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관련 쟁점 사건만 22건에 달한다.
환노위 여야 간사 합의안은 전자만 적용키로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강병원 의원 등의 반대로 앞서 지난 3·7·8월 논의에 이어 네 번째 합의 처리에 실패했다. 두 의원은 환노위 소속이다. 같은 상임위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반대 입장이다.
불을 지핀 쪽은 청와대다. 문 대통령은 이틀 전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단계적 시행을 할 수 있도록 국회가 매듭지어 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10월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바 있다.
불협화음을 낸 당·정·청은 문 대통령의 발언 다음날(12일) 조찬 회동과 비공개 회동을 잇달아 열고 합의점 찾기에 들어갔다. 조찬 회동에는 당에서 우원식 원내대표 등, 정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청와대에서 장하성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장 실장은 이 자리에서 “환노위 간사가 합의한 대로 시행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일수당 중복할증 ‘미적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靑 정책 컨트롤타워 흔들릴까 노심초사···노동계 반발
청와대가 연내 입법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문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혁신성장’의 안착과 무관치 않다. 혁신성장과 직·간접적으로 맞물린 근로시간 단축이 입법 등 고강도의 강제성 부여가 아닌 ‘정부의 행정해석’이나 ‘대법원 판결’로 해결될 경우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비공개 회동은 조찬 회동에서 뜻을 모은 ‘연내 처리’ 입장을 여당 환노위 소속 의원에게 전달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 자리에는 홍영표 환노위원장과 간사인 한정애 의원, 이용득·강병원 의원 등이 참석했다. 사실상 청와대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당 긴급회의’였던 셈이다.
우 원내대표가 단계적 가산할증률 적용(통상임금 200%를 사업장 별로 순차 실시)을 핵심으로 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중복할증 금지안인 환노위 간사 합의안보다는 노동계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당내 합의를 하더라도 환노위 간사 협상은 다시 거쳐야 한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와의 투쟁’을 선언한 상황에서 경영계가 반대하는 중복할증 문제가 물꼬를 트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진보진영의 불만도 팽배하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중복할증 미적용에 대해 “개악 아니냐”라고 말했다.
반면, 중기중앙회는 “중복할증을 적용하면 중소기업은 연 8조6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정치권을 압박했다. 앞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7일 국회를 찾아가 “국회가 아무 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 책임 또한 무거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근로시간 단축 관련 대법원의 공개변론(내년 1월18일)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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