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는 한국 여론과 달리 중국 측은 손님으로 온 문 대통령을 담담한 표정으로 맞았다.
중국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내놓지 않은 점을 감안해 문 대통령의 방중 관련 보도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의 방중 첫날인 1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3면 하단에 관련 소식을 짧게 실었다.
인민일보는 "시 주석의 초청으로 문 대통령이 13~16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며 문 대통령의 이력을 소개했다.
1953년생으로 경희대 법대 졸업 후 1983년 변호사 개업을 했으며,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역임했고, 19대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 5월 대통령으로 취임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주요 언론은 문 대통령이 방중 기간 중 사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중 관계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위기가 지속될수록 한국과 중국이 손해를 보고 미국과 일본에만 이득이 될 것"이라며 "사드 갈등 해결을 통해 공동 번영의 길로 함께 나아가자"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중국 언론은 문 대통령 관련 보도를 최소화하며 사드 문제의 향방과 양국 관계 전망 등에 대해 말을 아꼈다.
시 주석의 복심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의견을 개진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4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종료되면 관련 보도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중국의 난징대학살 80주년과 겹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난징대학살은 중·일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37년 12월 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일본군이 난징에서 30만명 이상(중국 측 추정치)의 중국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이날 시 주석이 직접 난징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할 정도로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인민일보가 1면에 추모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해 주요 언론이 일제히 집중 보도했다.
문 대통령도 중국에 도착한 뒤 참석한 재중국 한국인 간담회에서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다"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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