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한국 조선소 안전 표준화(KSSS) 제공]
국내 조선소내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고로 인한 근로손실 빈도가 중국 조선소보다 15배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중국 조선소 대비 한국 조선소의 근로자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가 15배 이상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 조선사들이 선박과 해양 플랜트 수주전에서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들에 패배한 이유도 자국 정부와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받은 경쟁사의 공세와 높은 건조 단가에 더해 선사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조선소내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점도 감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원 투입 더 많은 중국 조선소가 더 안전
이는 A사의 근로손실이 B사에 비해 사고에 의한 근로손실이 15.5배 많다는 의미로, 그만큼 사고의 빈도수도 높다는 것을 뜻한다. 조선소 운영 노하우와 생산 기술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다수의 인원을 투입하고 있는 중국 조선소의 작업장 안전도가 한국보다 높다는 것은 처음 공개된 것이다.
또한 조선소내 안전사고 문제는 인력 손실에서 그치지 않고 수주시장에서도 밀리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안전사고는 프로젝트 기간, 비용 및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안전 관련 실적은 글로벌 시장에서 오일메이저들이 프로젝트 발주를 결정할 때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의 선박이나 플랜트를 건조할 조선소를 선택할 때 안전관련 지표로 LTIR을 주료 사용한다는 것이다.
오일 메이저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 조선소는 뛰어난 생산성과 품질 이외에도 조선소 조업환경이 안전하다는 점 때문에 선주들이 선호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수년간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한국 조선소 내 사고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소 재해자수 전체 제조업의 7% 차지
정부 조사 통계에서도 조선업 산업재해 빈도 건수는 심각한 수준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6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선박건조 및 수리업의 재해자수는 전체 산업 재해자 수의 2%, 전체 제조업 재해자수의 7%에 이른다. 이는 고용부가 정한 60개 업군 중 여섯번째로 높은 수치다. 재해율(상시 근로자수 대비 재해자수 비율) 역시 0.83로 제조업 평균 0.62은 물론, 전체 산업 재해율 0.49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사망만인율(사망자수의 1만 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수치)은 1.39로 비금속광물제품 및 금속제품제조업(2.2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KSSS는 안전사고로부터 발생하는 손실은 직접 비용 및 간접비용을 포함한 비용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러한 비용은 기업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기업 및 국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립안전위원회(NS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산업 재해 및 사망사고의 사회적 비용이 1조 982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 고용부는 고용주들이 매주 고용인들에게 지급하는 사고 보상비용만 해도 약 10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로,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3년 산업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비용이 18조 9000억 원에 달하며, 10년 동안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은 사전 투자를 통해 큰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국립안전위원회가 매년 연구하고 발표하는 ‘인주어리 팩트(Injury Facts)’에 따르면, 1달러를 투자하면 2~6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적은 비용 같지만 만약 1000개의 기업이 안전관리에 각각 5000달러를 투자하면, 각 기업은 1만~3만 달러의 손실을 막을 수 있으며, 1000개 기업 전체로 봤을 때 1000만~3000만 달러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보고서는 재해나 질병에 의한 근로손실을 예방할 때마다 각 기업은 3만7000 달러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을 예방할 때마다 139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과 관련, 미국 정부 산하 직업안전보건청은 고용주의 비용을 떠나 각 생명에 대한 금전적 비용은 870만 달러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루 5000명 투입 ‘플레류드’ 7만5000명 안전교육 진행
KSSS는 국내 조선사들도 이런 사회적 비용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인해 반복해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의 실질적인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선업은 하청작업 비중이 많아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근로자의 변경이 잦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에서 완성된 쉘 ‘프렐류드’ LNG-FPSO(FLNG,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프로젝트의 경우 하루 평균 최대 5000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7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진행해야 했다.
한국 쉘 관계자는 “KSSS는 조선소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표준 개발을 목표로 2014년 출발해 지난해 12월까지 총 7개의 표준을 완성했다”면서 “조선소 작업현장에 향상된 단일 안전 표준 적용과 통일된 교육훈련 및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을 통해 조선소 HSE(보건·안전·환경) 관리체계 향상 및 안전문화를 구현함으로써 사고 발생을 제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각 회원사들은 KSSS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논의 단계을 진행중이며, 지난 8월 삼성중공업이 ‘안전경영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면서 내년 1분기까지 조기 적용하기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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