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조직을 절반 이상 줄이는 초고강도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슬림화’로 대변되는 이번 조직개편은 ‘비리집단’, ‘방만경영’이란 오명을 벗고 재도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자는 김조원 사장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14일 KAI 측에 따르면 현재 경영혁신태스크포스(TF) 팀에서 진행중인 조직개편안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와 있으며, 늦어도 21일까지 마무리하고 22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말 취임한 김 사장은 올해 말까지 경영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개편 내용은 10개 본부를 4개 본부로 줄이고 아래 61개 실과 208개 팀 모두 절반 이상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위 임원급뿐만 아니라 아래 직급까지 전반적으로 인력을 줄인다.
KAI 관계자는 “TF는 인사, 재무, 회계, 구매, 영업 등 업무 전반의 공정성과 객관성 향상을 목표로 조직 정비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을 받아온만큼 중복 조직 통폐합과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모든 과정을 김 사장이 챙기고 있으며, 특히 임원급 물갈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부 임원들은 이미 보직해임 처리가 됐고, 최근에는 폭행 등으로 물의를 빚은 임원 두 명이 사임했다. 임원들이 보직해임된 곳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KAI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208개에 달하는 팀 조직도 100개 이내로 줄어들 예정”이라며 “그야말로 대대적인 개편인만큼 내부 분위기도 다소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AI의 이 같은 조직개편이 처음이 아니다. 경남 사천으로 본사 이전을 앞둔 지난 2004년 말 ‘제2창업’ 수준의 전면적인 조직개편을 선언하면서 기존의 4실 2공장 1센터의 직제를 생산, 영업, 관리 등 4본부와 사장 직속의 사업관리실, 비전경영실 등 2실로 개편했다. 전임 하성용 사장 역시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임원 10명을 물갈이하고 기존 2부문 5본부 6센터 5실에서 10본부 2실로 슬림화했었다.
하지만 KAI가 올해 들어 방산 비리와 분식회계·채용비리 등 각종 악재에 휘말리며 사실상 ‘적폐’의 온상으로 떠오른만큼, 김 사장으로서는 이미지 쇄신과 비리 척결, 경영 정상화 등을 위해 칼을 빼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미 바닥을 친 실적도 조직 정비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감사원에서 제기한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기체 결함으로 납품이 중단되고, 검찰 수사 등으로 이어지면서 KAI는 올해 3분기 매출이 477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8% 감소했고, 9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김 사장이 취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리온 납품 재개를 이끈 것은 호재다. KAI의 숙원과제인 국내 최초 민간 항공기정비(MRO) 사업 여부 또한 경영 정상화의 시기를 보다 앞당길만한 사안이다.
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토교통부가 늦어도 내년 1월 안으로 항공정비사업 대상 업체 선정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KAI의 MRO 사업 선정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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