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자리·넥타이 색깔 바꾼 習…사드 불만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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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7-12-1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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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 대신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배석

  • 사드 보복 철회 등 경제적 측면에서 당장 결론을 내지 않겠다는 의지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취임 후 세번째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촉발된 양국 갈등의 완전한 정상화 계기가 될 지 여부로 관심을 모았다.

손님으로 간 문 대통령은 주인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 주석은 사드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한 의전으로 대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習, 정상회담 좌석 배치로 의견 표명?

문 대통령과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후 4시30분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도착해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 악수를 나눈 뒤 중국 의장대를 사열했다. 중국 측은 예포 21발을 발사하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10여분 뒤 정상회담이 시작되자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다. 한국 측 좌석 배치는 지난달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된 두번째 정상회담 때와 같았다.

문 대통령 오른쪽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왼쪽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배석했다.

반면 중국 측 좌석 배치에는 차이가 있었다. 시 주석 오른쪽에는 지난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딩쉐상(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이 앉았다. 그는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이다.

왼쪽 좌석의 주인공은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에서 양제츠(杨洁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으로 변경됐다. 중국은 좌석 배치로 행사에 임하는 권력자의 의지나 내부 권력서열 등을 드러낸다.

시 주석은 양 위원을 옆에 앉도록 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 갈등 등 외교적 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류 주임이 배제된 것은 사드 보복 철회 등 경제적 측면에서 당장 결론을 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의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 분량도 문 대통령의 3분의1 수준으로 짧았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사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가 현 시점의 한·중 양국 관계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중 정상, 다시 갈린 넥타이 색깔

두 정상의 넥타이 색깔에도 좌중의 이목이 쏠렸다. 넥타이 색깔 등 드레스 코드는 정상외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는 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양국 정상의 첫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은 붉은색 넥타이를, 시 주석은 푸른색 넥타이를 맸다. 사드 갈등이 한창이던 때라 회담도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4개월 후에 열린 베트남 정상회담에서는 두 사람 모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10월 31일 한·중이 관계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한 직후였다. 회담 역시 화기애애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후 중국은 한국이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편입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체결 불가 등 이른바 3불(不)과 사드를 중국의 전략·안보 이익에 반하지 않도록 운영한다는 1한(限) 조건에 합의했다며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한국 측은 합의가 아니라 입장 표명이라며 수위 조절에 애썼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넥타이 색깔은 푸른색으로 회귀했다. 문 대통령은 세차례의 정상회담 때마다 붉은색 넥타이를 매는 성의를 보였다. 김정숙 여사도 이날 정상회담 전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붉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붉은색은 전통적으로 중국을 상징하는 색이다.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베이지색 원피스 차림으로 문 대통령 내외를 맞았다.

한·중 양국은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공동성명서 발표와 공동 기자회견 개최에 합의하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초청을 받아 중국을 국빈방문했지만 정상회담을 지켜본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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