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과학의 ‘진실’로 당당한 승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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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림 전국부 부장
입력 2017-12-1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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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림 전국부장]

지난 2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고성이 오갔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사드 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 김천시민대책위원회 등 6개 단체는 "사드 철거 투쟁을 끝까지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강도는 눈에 띄게 약한 모습이었다. 대책위 관계자나 주민 참여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원인은 '과학'에 있었다.

정부가 사드 기지 인근인 김천혁신도시 내 3곳에서 진행된 전자파 측정 결과 모두 인체보호기준보다 낮게 나오자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을 상실했다. 대구지방환경청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 휴대전화 전파보다 미미한 수준의 전자파에 소음도 거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성주 사드 배치 부대에서 괴상한 가발을 쓰고 '사드 전자파에 내 몸이 튀겨져'라고 노래를 부른 국회의원들은 몸을 잔뜩 움츠렸다.

성주 참외는 보란 듯이 '사드 외풍'에도 고공행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조수입(경비를 빼지 않은 총수입)이 5000억원을 첫 돌파했다. 악조건에 굴하지 않고 과학적 재배기술을 부단히 연구해 세계 각지로 수출시장을 넓혔다. 군납에도 성공했다. 내년부터는 아예 성주 참외에 위조 방지 부착 라벨을 붙여 가짜 성주 참외를 분별하겠다고 한다.

진실은 반드시 통한다는 것을 과학이 말해주고 있다. 이 지역에서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한 주민은 "'사드 참외', '전자파 참외'라는 오명에 힘겨웠지만 결국은 과학적 진실로 극복했다"고 했다.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인수전에서 중국을 따돌리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같은 이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별개로 해외의 눈은 대한민국의 높은 원전 기술력을 인정했다. 공교롭게도 한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날 5년여간 한전을 이끌어온 수장은 물러났다.

조환익 사장은 이임식에서 "생전 경험하지 못한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한전의 힘과 화력으로 기적을 만들었다"고 했다. 복잡한 속내가 읽혀지는 그의 말속엔 '과학=진실'을 내포했다.

한 전직 지방자치단체장은 "정부가 '적폐 청산' 차원에서 무자비하게 탄압하는데도 불구하고 기술이 정부의 '탈핵선언'과 탈원전 정책을 이겼다"며 "중도 퇴임하는 조 사장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국정농단 '스모킹 건(어떤 범죄나 사건을 해결할 때 나오는 결정적 증거)'으로 지목된 'JTBC 태블릿PC'가 대통령 탄핵 1년이 지난 후 재조명 받고 있는 것도 과학적 분석이 결정적이었다. 컴퓨터와 디지털 기록 매체에 남겨진 법적 증거에 관한 것을 다루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

1년이 넘도록 꽁꽁 숨어 있던 JTBC 태블릿PC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증작업을 거치며 초기 검찰의 발표와는 다른 정황이 하나 둘 나왔다. 적어도 이 태블릿PC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했다는 것 등이다.

JTBC가 태블릿PC를 입수한 날이라고 밝힌 지난해 10월 18일. 그날부터 31일까지 3083개의 파일이 생성, 수정돼 ‘무결성(변조가 없는 원본임을 입증하는 것)’이 유지되지 않았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를 두고 혹자는 '과학의 반격' 이라고 불렀다.

불확실한 주장이 과학을 왜곡시키는 경우를 간혹 본다. 하지만 과학은 매우 상식적이며 진실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이해관계 충돌이 있다. 그럴 때 대화를 통한 합의 형성이 중요하다. 그 근간은 진실이다. 과학의 진실보다 막연한 의심이 높게 평가되면 이데올로기 차원의 다툼 수준에 머물게 된다. 괴담에도 쉽게 선동된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솔직함으로 승부하는 모습이 아쉽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잔꾀'는 결국 탄로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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