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처럼 기부 단체에 대한 신뢰도 저하, 불신 등으로 기부를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 개인이 기부를 생각할 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사회복지법인이나 종교단체, 재단 등을 통해 후원 하는 방식이다. 단체를 통하지 않고 언론이나 SNS 등에서 접한 사연을 듣고 이뤄지는 '개인계좌 후원'도 있다.
후원단체에 대한 불신이 단순한 의심일까. 실제 이들 대부분은 활동내역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었다.
한국가이드스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만4743개의 공익법인 가운데 공시의무가 없는 종교법인 1만8360여개를 제외한 공익법인은 1만6382개로, 이중 공시 의무가 있는 단체는 8584개인 52.3%에 불과했다. 기부금을 모집하고 있는 공익법인 중 25%만 공시 의무가 있는 셈이다. 특히 해당 자료를 공시한 2553개 단체 중 50% 이상이 엉터리 공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원단체들의 기부금 횡령 사건도 전체 기부 문화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사랑의 열매가 2010년 후원금을 유흥주점·워크숍·나이트클럽 등에서 직원들의 유흥비로 사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새희망씨앗도 결손아동을 돕는다며 2014년부터 모집한 128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기부금단체와 공익법인 등의 투명한 운영이나 공익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소홀한 탓이다.
중소 자선 단체의 주먹구구식 운영도 문제다. 실제로 내부 직원들이 후원아동의 서류를 조작해 기부금을 유용한 사례도 있다. 작은 단체의 경우 후원실적에 따라 직원들이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이다 보니 후원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한다.
A단체에서 후원 모집인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김모씨(29)는 “NGO단체에서 후원자를 모집하는 사람들은 90% 이상 기금모금 전문 대행사의 판매 직원이나 알바라고 보면 된다”며 "제대로된 후원교육을 받지 않고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긴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모집 알바들은 6개월간 월 3만원짜리 정기후원을 유치하면 판매 수수료로 월 후원금액의 1.5~2배를 받아가는 구조”리며 “본인의 정기후원 실적에서 100%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구조다 보니 무분별한 영업경쟁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개인을 믿고 기부하기도 어렵다.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연간 10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모집목적·목표액·사용계획 등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적발하거나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소액 기부금 모집 제도가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35)는 거대백악종 치료비 명목으로 사람들로부터 12억원이 넘는 후원을 받은 뒤 대부분을 문신, 외제차 구입 등에 썼다.
전문가들은 흩어진 후원 단체들의 관리 감독 권한을 통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비영리민간체 공익활동지원 사업은 행안부가, 공익법인 관리감독은 해당부처가, 결산업무는 국세청이 하는 등 업무 구조가 복잡하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비영리단체의 설립부터 공익성 인증, 활동의 사후 검증까지 기부 제도 전반을 책임지는 총괄관리기관의 신설이 필요하다”며 “기부 총괄기관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거나 자선단체위원회(가칭)처럼 독립된 위원회를 두는 방안, 정부 산하의 민간위원회를 두는 방안 등 다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부금 단체의 모금액과 사용실적을 기부자들이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조세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모든 공익법인이 출연 받은 재산에 대한 보고의무는 있지만 비공개가 원칙이고, 일정 규모 이하의 공익법인은 기부자조차 전혀 알 수 없도록 정보가 통제되어 있다”며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자료 제출 의무가 있는 지정기부금단체의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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