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은행들이 올해 최대 수익을 거두면서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고 4분기도 실적 잔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처음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은행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금융 시대를 맞아 은행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조4289억원을 기록했다. NH농협은행을 포함하면 빅5 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7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발생했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대손비용이 줄어든 데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이자 수익 증대가 실적을 견인했다. KB국민은행(3조9725억원)과 신한은행(3조6483억원), KEB하나은행(3조2800억원)의 3개 분기 누적 이자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상승세는 4분기에도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이 잇따라 정책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4.6%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국내은행 전체 당기순이익을 12조9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 수익을 보인 것과 달리 외국계 은행은 다소 체면을 구겼다. 씨티은행은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55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했고, SC제일은행은 435억원으로 43.6% 줄었다.
씨티은행은 이자이익이 줄고 임단협 타결에 따른 인건비가 상승한 탓에, SC제일은행은 순이자마진(NIM)이 줄고 충당금전입액 환입이 전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3개 분기 누적으로는 씨티은행이 172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늘었고, SC제일은행도 2377억원으로 15.9% 늘었다.
올해 은행권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었다. 지난 4월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작을 알렸고, 7월 카카오뱅크까지 나서며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카카오뱅크는 서비스 시작 첫날 이미 24만 계좌를 돌파하며 지난해 시중은행이 기록한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 15만5000계좌를 넘어섰다. 11월 말 현재 누적 고객 수는 465만명이며 수신은 4조5200억원, 여신은 4조5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체크카드 신청건수는 343만장이다.
카카오뱅크에 다소 밀리긴 했지만 형님 격인 케이뱅크의 돌풍 역시 만만치 않다. 출범 하루 만에 4만명의 고객 모집에 성공했으며, 출범 100일 만에 1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여수신액을 기록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금리, 각종 수수료 혜택, 이용 편의성 등으로 무장하며 금융권에 돌풍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은산분리 문제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내년도 은행법 개정안 통과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라 인터넷은행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은행권 전반에서 올해는 비대면 금융과 점포 없는 은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점을 찾는 고객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점포 통폐합과 채널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택했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디지털 시대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관련 인재 확보, 유망 핀테크 업체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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