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첫 선물 거래를 시작한 가운데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미지근한' 데뷔라는 시장 평가 속에 버블 우려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의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CME는 전날인 17일 오후 6시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거래량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첫날 거래량과 엇비슷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CBOE는 일주일 전인 10일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했다.
내년 1월물 비트코인 선물 가격은 장 초반 2만 650달러를 보였으나 이후 1만 8000~2만 달러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현재 비트코인 현물 가격 수준과 비슷하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9일 오전 1시 기준 국제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0.74% 하락한 개당 18,820.93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주요 거래소들이 잇따라 선물 거래를 개시하면서 대형 금융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더욱 손쉽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특히 CME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선물거래소인 데다, 상당수 대형 투자은행들이 고객사로 참여하고 있어 첫 거래량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급격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장에서 '미지근한 데뷔'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비트코인이 내년 말까지 4만 달러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비트코인 전문가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투자자들은 CBOE의 선물 거래 방식을 지켜본 뒤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당분간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류 금융시장 진출을 본격화함에 따라 비트코인이 금·원유와 같은 자산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튤립 광풍' 등의 예처럼 버블 우려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선물 거래는 양방향 투자가 가능해 거래량이 급증할 수 있지만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가격 하락 속에도 베팅할 수 있는 만큼 비트코인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인 UBS의 악셀 베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상화폐는 돈이 아니며 지급 수단으로서 가치가 없다"며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의 거친 등락으로 인해 시장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충격을 방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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