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문경안 볼빅 회장 “미쳐야 브랜드 가치로 평가 받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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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7-1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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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1천만불' 수출의 탑 수상…토털 스포츠 브랜드 목표

인터뷰 하고 있는 문경안 볼빅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인 한국이 변변한 스포츠 브랜드 하나 없다. 이건 국가적 손실이다.”

문경안 볼빅 회장이 잘되던 철강유통회사를 던져버리고 골프 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분명했다. 뛰어난 한국 선수들의 기량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한국 스포츠 산업에 대한 한탄이 시작점이다. 문 회장은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골프에 눈을 돌렸다. ‘좋아하는 것에 미쳐야 성공한다’는 철학을 실현시키기 위해서였다. 그가 바라본 것은 오직 국내 브랜드 가치에 대한 세계적인 평가였다.

“볼빅이 도대체 뭘 하는 회사입니까.”, “품질은 좋습니까.” 문 회장이 2009년 국내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을 인수한 직후 미국 공항을 통과할 때마다 입국심사에서 들었던 말이다. 8년 뒤 입국심사장의 풍경이 확 바뀌었다. “볼빅 회장입니까. 당연히 잘 알죠.” 유럽 등 다수의 골프장에서는 볼빅의 골프 산업 기여도를 높게 평가해 그린피도 받지 않겠다며 모시기 바빠졌다. 브랜드 가치의 달라진 위상이다.

보잘 것 없던 국내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은 문 회장이 인수한 뒤 꾸준히 세계 시장을 두들겼다. 문은 열렸다. 지난해 3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1000만불을 달성했다. 볼빅으로 날린 첫 장거리 티샷은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문 회장은 골프 토털 브랜드로 완성 단계에 있는 볼빅을 스포츠 토털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것이 꿈이다. 문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술력이 아닌 브랜드 가치로 평가 받아 상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골프는 세계 최강, 브랜드는 밑바닥 '충격'

한국 여자골프는 ‘대모’ 박세리 이후 박인비·박성현 등 수많은 스타를 발굴하며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하지만 골프산업은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골프광이 8년째 골프 산업에 뛰어들었다. 불모지였던 국내 골프산업을 골프공 하나로 세계 시장에 당당히 내놓은 리더, 컬러공의 창시자로 불리는 문경안 볼빅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1980년에 설립된 볼빅은 매출 성과가 뛰어난 기업이 아니었다. 볼빅이 골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문경안 회장이 볼빅을 인수한 2009년부터다. 이후 8년 만에 매출이 10배 이상으로 성장했고,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2012년 본격적으로 해외수출을 시작해 현재 북미·유럽·아시아를 포함해 80개국에 수출 중이고, 규모는 연간 2000만 달러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주문량이 폭주해 쉴 틈 없이 공장을 돌려도 골프공이 없어서 못 파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우리나라 골프선수들은 세계적인데, 골프산업은 바닥 수준이었다. 스포츠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품질 부분은 우리 공을 쓴 선수가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충분하게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볼빅을 일으켜 세운 건 문 회장의 남다른 기업 철학이다.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던롭 스릭슨 등 미국 아니면 일본 등 해외 제품이 장악한 골프 시장에 돌을 던졌다. 아니 컬러볼을 던졌다. 문 회장은 골프공은 흰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컬러볼을 전격 도입했다.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파격적인 컬러볼은 골프공 시장의 혁신이었다. 볼빅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힘이다.

“우리나라 자체 상표로 투어용 골프공을 만들어 수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볼빅의 성공 요인은 기존의 것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추구한 틈새시장의 공략이었다. 우리 선수들의 수준에 맞는 골프공을 만들어 산업으로도 그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컬러볼로 세계 시장을 두들긴 문경안 볼빅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골프 실력도 최고수··· “좋아서 미쳐야 아이디어가 나온다”

문 회장은 소문난 실력파 골퍼다.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와 인연을 맺은 뒤 ‘민폐 골프’를 치지 않기 위해 하루 5시간 이상씩 골프연습장에서 땀을 흘렸다. 노력의 결과는 배신하지 않았다. 라운딩 스무 번을 채우기도 전에 싱글을 쳤고, 2006년 신한CC 클럽 챔피언에 오르며 아마추어 최고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도 4언더파를 치는 등 언더파만 5~6차례 쳤다.

문 회장은 정확도로 승부를 건다. 철저하게 계산을 해서 스코어를 내는 정교한 타입이다. 하지만 문 회장이 동경하는 선수는 타이거 우즈와 같은 익사이트 골퍼다. “갤러리가 골프장을 찾는 이유는 내가 할 수 없는 쇼를 보기 위해서다. 타이거 우즈는 50%의 확률에 도전한다. 성공을 하면 환상적인 샷에 열광하고 실패를 해도 팬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프로 선수가 골프를 부흥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프로 골퍼들은 동반 선수들에게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쇼맨십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 회장은 골프는 상대방을 위한 배려의 스포츠라고 말한다. 골프공을 제조하는 수장이지만, 골프 장비 욕심을 내거나 실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골프 좀 친다는 사람이 폼 잡고 공 따지고 그러면 일부러 2피스 공으로 내기 골프를 쳐서 돈을 좀 따고 “난 2피스로 쳤다”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고. 문 회장이 골프에 빠진 이유는 골프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관계의 또 다른 매력 때문이다. “처음 라운딩을 나갔을 때 아버지 나이 때의 은행 지점장과 치며 배웠다. 골프를 치면 상대방의 성격도 알고 배려의 마음도 알게 된다. 감정적 컨트롤도 배울 수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후 스토리가 계속 생겨 서먹한 관계도 없어져 그런 것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좋아하는 일에 미쳐라!’ 문 회장이 볼빅으로 컬러볼 시장을 개척하며 다시 한 번 새기고 있는 교훈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안 되는 일을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젊은 사람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한 가지 일에 미쳐서 해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미쳐서 빠져야 뻔한 것에서 벗어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골프 브랜드 넘어 ‘토털 스포츠 브랜드’ 목표

“이제는 우리의 기술력과 컬러볼을 거꾸로 따라오고 있는 시대다.”

볼빅은 신소재 개발을 위해 꾸준히 연구한 결과 기술력에서는 세계 시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이미 ‘컬러볼=볼빅’, ‘무광볼=볼빅 비비드’라는 인식도 새겨졌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르며 한국 골프의 위상을 높인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볼빅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를 개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결과다.

문 회장은 골프공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 토털 브랜드를 꿈꾸고 있다. 골프 토털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적인 골프클럽 제조업체 게이지 디자인과 손을 잡고 USGA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는 4종류의 퍼터와 웨지를 선보였다. 드라이버와 우드, 유틸리티도 개발해 테스트 단계에 있다.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볼빅 브랜드와 매칭시키려는 사람들의 러브콜도 많다. 우리는 우수한 골프 용품들을 브랜드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내년이면 골프 토털 브랜드로 완성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처럼 우리 선수들이 우리나라 제품을 쓰고 입을 수 있는 토털 스포츠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문 회장은 “빠른 시간에 브랜드 가치로 상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기술 평가는 한계가 있지만, 브랜드 가치는 한 번 평가를 받으면 100년, 200년 이상 갈 수 있다”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좋은 기술력을 갖고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도 브랜드가 없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곳이 많다. 볼빅으로 그 길을 열고 싶은 것이 목표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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