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낙하산부터 해결하라"

셀프연임 등 잇단 비파에 금융지주도 반발

최흥식 금감원장은 19일 열린 취임 100일 기념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이 연일 금융지주에 날선 발언을 내뱉고 있다. 금융사들은 민간기업에 대한 도넘은 참견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기업의 경영권 챙기기에 앞서 낙하산 인선부터 해결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을 인선할 때 이사회 지원 부서의 추천뿐 아니라 주주, 외부 자문기관, 사외이사 등의 추천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현직 CEO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선임 절차가 진행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당국 수장들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은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대해 여러차례 비판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단순한 '구두 경고'에서 끝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내년 초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공정성·투명성을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기로 했다. 

당장 하나금융그룹에 불똥이 떨어졌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회장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후보군을 꾸리고 있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관치금융이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 만큼 민간 금융회사에서 당국의 스탠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당국 관계자는 "당국 특정 CEO를 겨냥한 게 아니라 CEO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절차적 논의를 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치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기업에 총을 겨누기 전에 낙하산 인사부터 뿌리 뽑으라고 입을 모은다. 낙하산 인선으로 인해 정치와 관료 사회에 연결된 끈이 비리의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편적으로 올 하반기 공기업부터 금융권까지 대대적으로 터진 채용비리만 해도 이사회 절차를 통해 뽑힌 민간기업 회장들은 연루되지 않았다"며 "반면 위에서 내려 온 낙하산 인사들의 경우 전방위적으로 비리에 얽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관료 출신이 회장에 오른 NH농협금융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NH농협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중 관료 출신이 회장 자리에 오른 곳은 농협금융이 유일하다.

농협금융 회장은 당시 농협은행장이던 신충식 행장이 겸임하다가 취임 3개월 만에 물러났다. 신동규·임종룡에 이어 김용환 회장까지 세 번 연속 관료 출신이 농협금융 회장 자리를 차지했다. 회장에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선 논란이 나왔다.

취임 후 신동규 전 회장은 1년 만에 떠났고 임종룡 전 회장은 재직 중 금융위원장으로 발탁돼 1년 8개월 만에 떠났다. 김용환 회장의 경우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하며 2015년 4월부터 지금까지 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김용환 회장은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함께 일했던 수출입은행 고위 간부 아들의 채용과 관련해 지난해 금감원에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칼날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라며 "민간기업을 비롯해 각 협회, 공공 산하기관에 요직에 있던 관료들을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부터 타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