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 하나는 바로 방탄소년단(BTS)이다.
데뷔 초창기(2013년 6월 데뷔)만 하더라도 방탄소년단은 음악보다는 특이한 이름으로 화제가 됐다. 조금씩 인기몰이를 하긴 했지만 기존 그룹들과 견줬을 때 확실한 대세가 되기엔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히트곡 'I Need U', 'Run' 등을 내놓은 2015년을 기점으로 방탄소년단은 제대로 탄력 받았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거침없는 인기 행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그룹으로 올라섰다.
관련기사
방시혁 대표의 당초 구상은 아이돌 그룹이 아닌, N.W.A 우탕 클랜 등 대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힙합 그룹이었다. 랩몬스터(현재 활동명 RM)를 중심으로 틀이 짜여졌고 데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의 방향성, 멤버 조합 등도 달라졌다. 이에 따라 방탄소년단이 7인조로 데뷔했다.
방탄소년단의 뜻은 ‘총알을 막아내는 소년들’로, 10대가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겪고 편견과 억압에 시달릴 때 방탄소년단이 그것을 막아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멤버들의 데뷔 나이는 17세부터 22세까지로 평균 19세였는데, 첫 앨범 주제로 청소년의 생각과 사랑, 꿈을 다뤘다.
학교 시리즈 3부작인 ‘2 COOL 4 SKOOL’ ‘O!RUL8,2?’ ‘SKOOL LUV AFFAIR’ 등 3개 앨범에서 방탄소년단은 중고생이 겪는 일반적인 경험을 토대로 사회의 부조리함을 가사로 풀기도 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10대를 지적하는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 BTS, 스토리를 녹여낸 ‘화양연화’ 성공의 시작
2013년 데뷔 당시 방탄소년단은 H.O.T .'전사의 후예'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 홈'이 떠오르는, 소위 '센' 힙합 음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강한 콘셉트'는 한편으론 인기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장벽처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전환점이 된 건 바로 2015년부터 시작된 ‘화양연화’ 2부작의 성공이다.
불안한 시대의 청춘을 노래한 음반은 방탄소년단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들이었다. 이전 방탄소년단 음악에선 접하기 어려웠던, 유연한 멜로디도 화양연화 시리즈를 통한 팬덤 확보의 기폭제가 되어 줬다.
파트1의 대표곡 'I Need U'는 보이그룹뿐만 아니라 상당수 걸그룹도 커버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고 방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화려한 군무, 퍼포먼스 역시 인기에 큰 몫을 담당했다.
‘화양연화’ 시리즈를 총 결산한 2장 짜리 스페셜 음반 ‘화양연화 Young Forever’와 정규 2집 앨범 ‘Wing'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2016년 방탄소년단은 당당히 연말 시상식 '대상'을 차지한다.
방탄소년단만의 현란한 퍼포먼스를 담은 각종 영상은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됐다. 이때부터 해외 차트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기 시작했다. ‘화양연화 pt.2’는 빌보드 171위를 기록하며 방탄소년단 앨범 가운데 처음으로 빌보드에 진입했고, ‘화양연화 Young Forever’는 빌보드 차트 107위를 달성해 두 앨범 연속으로 빌보드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또 ‘화양연화 Young Forever’는 미국 아이튠즈 메인차트 34위, 메인 뮤직비디오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앨범 ‘FOR YOU’ ‘I NEED U’ ‘RUN’도 오리콘 차트 1위를 달성했다.
3장의 시리즈 앨범이 대박을 터뜨리고 난 뒤에도 이들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지난해 10월 발매한 정규 2집 ‘WINGS’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은 뮤직비디오 공개 이틀 만에 1000만 조회 수를 달성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대세 아이돌임을 입증했다. 실제로 이들의 유튜브 공식 채널의 뮤직비디오 리뷰에는 한국어보다 영어, 아랍어, 일본어 등 세계 각국의 팬들이 올린 글들이 빼곡하다. 내용도 하나같이 음악에 대한 호평과 멤버들을 향한 애정 어린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정상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질주하던 이들이 정점을 찍은 사건은 2017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 입성이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앨범 및 디지털 노래 판매량과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 공연 및 소셜 참여 지수 등의 데이터와 글로벌 팬 투표를 합산해 최종 수상자를 가리는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자로 방탄소년단이 선정된 것이다. 2010년 신설된 이 부문에서 수상자는 줄곧 저스틴 비버였다. 올해 후보도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셀리나 고메즈, 숀 멘디스 등이었는데 이들을 제치고 방탄소년단이 수상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지난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많이 비교되지만 싸이가 후속곡의 지속적인 인기를 가져가지 못한데 반해 방탄소년단은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해외 대중들의 새로운 주류 문화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지금의 방탄이 현재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 중소형 기획사 아이돌의 세계적인 성공 ‘우리도 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SNS와 인터넷,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 위주로 인기몰이를 했던 타 그룹들과 달리 방탄소년단은 미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팬덤을 만들었다. 이들은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언어와 국가를 초월한 공존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때마침 방탄소년단의 싱글 'MIC Drop'(Steve Aoki Remix)이 빌보드 핫 100 싱글 차트 28위에 올라 역대 K팝 그룹 사상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여러모로 의미를 가진다. 국내 아이돌업계는 SM, JYP, YG 등 국내 3대 대형기획사의 탄탄한 뒷받침에 힘입어 데뷔와 동시에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는 인기 아이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소형 기획사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아이돌을 배출하기 힘든 구조다.
이런 가운데 방탄소년단은 대형기획사 아이돌그룹의 행보를 좇지 않고도 자생적으로 글로벌 아이돌로 우뚝 섰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성공을 두고 ‘SNS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한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이상하리만치 거세게 불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인기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완성도 높은 앨범과 완벽한 무대 퍼포먼스가 방탄소년단의 인기 원인이라고 설명하기에도 부족함이 있다.
분명한 건 이들이 각고의 노력을 하며 계속 성장하는 아이돌이라는 점이다. 히트곡 제조기인 방 대표와 실력 있는 신진 작곡가들의 곡을 받으며 퍼포먼스에 능한 아이돌그룹으로 머무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멤버 각자가 작곡과 작사, 편곡에 의견을 개진하고 곡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한 걸음씩 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인기가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라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그래서 더욱 방탄소년단의 미래가 기대된다. 방탄소년단이 이뤄낸 결과들은 결코 방탄소년단의 정점이 아닌, 또 다른 성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