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가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1위 업체인 빗썸을 위협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업체의 성격이 모호해 업계에서는 업비트를 가상화폐 거래소로 봐야 할지, 단순한 중계업체로 봐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지난 19일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이 해킹으로 인해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업비트가 블록체인협회 자율협약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자율규제안에 거래량 1위 업체인 업비트가 참여하지 않아 규제안이 사실상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해 자체 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거래소의 양성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기업과 가상화폐 거래소 등 40여개 기업이 가입했다.
이번에 발표한 자율규제안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투자자가 맡긴 예치금을 100%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가상화폐 예치금은 70% 이상 콜드 월렛(오프라인으로 보관하는 가상화폐지갑)에 보관할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규제방향보다 더 엄격한 내용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신규 가상화폐 상장 프로세스 및 투명성 제고 △본인계좌 확인 강화 및 1인 1계좌 입·출금 관리 △오프라인 민원센터 운영 의무화 △거래소 회원에 자기자본금 20억원 이상 보유 등 요건 강화 △임직원 윤리 강화 △독립적인 자율규제위원회 구성 등을 담았다.
문제는 선두업체인 업비트가 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빗썸을 뛰어넘는 거래량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지만, 블록체인협회에 가입하지 않아 규제안에 대한 준수 의무가 없는 것이다. 업비트는 지난 15일 주요 거래소들이 함께 발표한 공동선언문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장 큰 업체를 제외하고 자율규제안을 이행하기엔 효력과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업체들의 노력 자체가 퇴색되는 셈이다.
특히, 업비트는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렉스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적인 국내 거래소와는 성격이 다르다. 업계에서는 업비트를 가상화폐 거래소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단순 중계업체로 생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는 일반적인 국내 거래소 형태를 띠지 않고, 자율규제안에도 강제 조항이 없기 때문에 규제를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며 "업계는 가상화폐 시장을 정화하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데 업비트가 빠지면 사실상 흐지부지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비트코인 거래소에 대한 해킹 사고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거래소 추가 보안점검 △정보보호관리체계 의무화 등 사이버보안과 개인정보보호 체계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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