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감세를 골자로 30여년만에 추진되는 미국 세제개편으로 대기업과 부유층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국정 과제가 답보 상태를 거듭하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이번 세제개편안이 국정 최대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기업·부유층 세 부담 줄어···글로벌 기업 유치 지각 변동 오나
이번 세제개편으로 미국 기업들의 세 부담은 최대 3분의1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세(35% → 21%)와 송환세(35% → 12~14.5%) 인하, 법인 대체최소세(AMT) 폐지,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 비과세 등 각종 조치는 고스란히 기업 이익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미 의회가 진통 끝에 파격적인 최대 감세안을 끌어낸 것은 세 부담을 낮춰 기업의 고용·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중산층 소득으로 이어져 내수 활성화 등 이른바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전문지 애틀랜틱,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미국 법인세는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수준에 속했다. 아일랜드(15%) 등 법인세 부담이 낮은 유럽 국가로 이탈하는 미국 기업이 증가한 이유다. 그러나 세제개편 이후 미국 법인세는 일본(29%), 독일 등 주요 국가의 법인세보다 낮아진다. 글로벌 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지각 변동이 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해외에 진출했던 기업들의 귀환율이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기업들이 해외에서 거둔 소득에 대한 세율이 최저 법인세보다 낮아질 수 있는 독소 조항이 담긴 탓이다. 해외에 생산시설을 추가하면 오히려 세제상 유리할 수 있는 만큼 미국 기업들이 계산기를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미국 부유층도 감세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이 39.6%에서 37%로 내려간 데다 자녀세액공제 등 세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개인 AMT는 유지하기로 했고 당초 폐지로 가닥을 잡았던 상속세는 공제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모든 국민이 감세 대상이지만 사실상 부유층과 대기업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 성장 기대감에 시장 반색···트럼프 '국정 전환점' 가능성
시장에서는 친(親)기업 성향의 세제개편안을 계기로 법인세가 대폭 인하되면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고용 확대로 인해 경기 부양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감세안 처리를 전후해 미국 뉴욕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산타 랠리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CNN, NYT 등 현지 언론들은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국정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취임 이후 가장 큰 성과인 이번 세제개편을 지렛대 삼아 역일 최저치를 찍고 있는 지지율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정치 스캔들로 의회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전국민건강보험법(ACA·오바마케어) 폐지 등 주요 공약으로 강조한 법안을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다만 퍼주기식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 적자 확대와 소득 불평등 심화 우려 등은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을 비롯, 국민들 사이에서는 재정 적자를 확대하면서까지 기업과 부유층에 감세 혜택을 줄 필요는 없다는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인 탓이다.
감세의 영향으로 향후 10년간 1조 4500억 달러 이상 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금 감면 효과에 문제제기를 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NYT는 "회계사와 변호사 등 고소득자는 물론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대통령도 최대 수혜를 누리게 될 것"이라며 "반면 인플레이션 산정 방식이 바뀌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세 공제 한도는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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