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온라인 상에서 가장 뜨겁게 돈이 오갔던 곳은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다. 연초 100만원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20배 넘게 올라 한때 24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와 제도권 편입 여부 등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다만 한도 없이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가격과 그에 따른 위험, 각종 사기에 악용되는 점 등은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이자 거래 시 주의사항으로 꼽힌다.
◆ 암호화폐로 몰리는 돈··· 시총 1조달러 달성하나
암호화폐 플랫폼 '블록체인'의 피터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 이르는 등 시장이 획기적인 변화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란 게 그의 관측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해 1300개가 넘는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실제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시가총액 1위를 기록 중인 비트코인만으로도 1조 달러의 가치를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비트코인 목표가격으로 5000달러를 제시했던 로니 모아스 스탠드포인트리서치 창업자는 비트코인이 최대 40만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만 해도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금액은 코스닥시장 거래대금 못지않았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금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56조2944억원으로, 코스닥시장 평균 월별 거래대금(68조7096억원)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감소하고 있다"며 "개인들의 소액 증시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24시간 거래 가능한 암호화폐의 큰 변동성이다. 실제 지난달 초 2400만원을 뚫었던 비트코인은 정부 규제 소식 등으로 이틀 만에 1400만원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또 암호화폐 거래소 '유빗'의 파산 소식이 전해진 당일 저녁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은 분 단위로 등락을 반복하고, 거래소는 접속자들로 서버 오류를 일으키기도 했다.
◆ 정부 규제 예의주시
정부는 이 같은 투기적 성격을 이유로 암호화폐를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거래는 '유사수신행위'로 판단했다. 다만 최근 내놓은 긴급대책에서 '전면 금지'가 아닌 '부작용 최소'로 방향을 설정하고, 미성년자 및 외국인 등 비거주자만 암호화폐 거래 대상에서 원천 차단했다.
업계도 자율 규제를 마련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20억원 이상 보유해야 하고, 금융업자에 준하는 정보보안시스템과 정보보호 인력·조직이 갖춰야 한다. 암호화폐 계좌 수도 올해부터 1인 1계좌로 제한된다. 또 거래소는 시중은행 6곳과 연계해 본인 확인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규제와 관련한 논란은 여전하다. 정부가 암호화폐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아직 어떤 명목으로 세금이 부과될지 알 수 없는데다 블록체인기술 자체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초 민·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암호화폐 과세 관련 회의를 열 예정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과세의 경우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끌어들이지 않으려 했던 정부의 기존 입장을 모호하게 만든다"며 "또 한 번 규제가 시작되면 다른 규제로 계속 이어질 수 있어 앞으로 어떤 암호화폐시장에 변화가 생길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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