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크리스마스 레터
연탄은 한 번 불 피우고 나면 적어도 뜨거움을 생산해내는 용도로는 끝장입니다. 잿빛 연탄재를 뭉개서 빙판의 미끄러움을 완화하는데나 쓸 수 있을진 몰라도, 화염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죠. 딱 한 번 뿐인 그 일을 마치고 이제 쉬는 그 연탄. 길을 가다 홧김에 연탄을 냅다 걷어찼던 시인이 자신에게 문득 묻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우린 언제 뜨겁기라도 했던가요. 미온적 삶, 한발만 담그고 산 삶. 비굴하고 비겁하게 비켜가며 살았던 삶. 뜨거운 사랑을 해봤나요? 올바른 가치를 향해 뜨거웠던가요? 혹은 진실을 위해 뜨거웠던가요? 혹은 진정한 창의와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위해 이마의 끝, 가슴의 심연까지 활활 타올랐던가요?
2017년 성탄절을 맞아 생각해봅니다. 이 고요한 시작의 날이 추위의 한복판에 있는 뜻을. 스스로 타올라 세상을 데우라고, 저 연탄처럼! 추운 누군가를 위해 한번은 뜨거워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쿵쿵거리는 심장에 가만히 손을 얹어봅니다. <아주경제·아주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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