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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오는 것이 두려워 울보가 인형과 함께 왔다." '여자 홍준표'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당직자들과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그의 손에는 라이언 인형이 들려 있었다.
발단은 지난 17일 당무감사 결과 발표다.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류 최고위원은 이날 발표에서 컷오프 대상에 올랐다. 이에 반발한 류 최고위원이 급기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난입하려했지만 제지당했다.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한 류 최고위원은 기행까지도 불사하며 줄곧 홍준표 대표를 저격하고 있다.
류 최고위원이 정치와 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월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국회 사무처 법제관, 한국사법교육원 교수 등을 지낸 류 최고위원은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윤리위원회에 영입된다. 인명진 목사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던 시기다. 류 최고위원은 이후 수석부대변인을 거쳐 7월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다.
류 최고위원은 당시 합동연설회에서 "신발 벗고 뛸 것"이라며 하이힐을 벗은 채 맨발로 연설하며 화제를 낳았다. "절대 좌빨들에게 나라를 뺏기지 않을 것", "빨갱이는 참을 수 없다" 등 극우적 발언들을 쏟아내며 '여자 홍준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류 최고위원은 공격적인 선거운동을 발판으로, 김태흠 의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누르고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았다.
당초 류 최고위원은 계파색이 엷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별다른 접점이 없고, 윤리위 활동을 통해 친박계 징계에 관여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선출 직후만 하더라도 '친홍'으로 분류되기도 했을 정도다.
최고위원 자리에 오른 그는 본격적인 '노이즈 마케팅'으로 악명을 얻기 시작한다. 경북 포항시에서 지진이 일어난 지 이틀만인 지난달 17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준엄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고 하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는 류 최고위원의 발언은 '역대급 망언'으로 회자되고 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곶감을 챙겼다는 소식에 류 최고위원은 "그리 할 일이 없느냐"고 직격했다. 앞서 10월에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1:1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홍 대표 조차 당황했다. 홍 대표는 "대통령이 해주겠나. 오버하지 말라"며 류 최고위원을 말렸다.
류 최고위원은 수차례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류 최고위원의 노이즈 마케팅 또한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류 최고위원은 지난달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나가라는 얘기가 주변에서 너무 많이 들린다"면서 "저쪽에서 지금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시장에 나온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나. '그럼 나도 나가서 붙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류 최고위원은 돌출 발언과 기행으로 1년 만에 이름값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주막집 주모의 푸념 같은 것"이라는 홍 대표의 반응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류 최고위원은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 △최고위원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당 위신훼손 등의 사유로 당 윤리위에 회부돼 있는 상황이다. 윤리위에서 시작한 류 최고위원의 정치 행보가 윤리위에서 마감될까. 한국당은 26일 오후 4시 윤리위를 개최해 류 최고위원의 징계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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