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다 밝혔는데... 지금 독대 횟수 거짓말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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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17-12-27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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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수 특검, 2심에서도 징역 12년 구형

  • 안봉근 주장한 '0차 독대' 여부 항소심 핵심 쟁점으로

  • 이재용, "또 다른 단독 면담ㆍ부정청탁 없었다" 주장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에는 연신 물을 들이켰다. 잠시 휴정 중에도 변호인단과 분주히 상의했다. 특히 "회사가 잘되기 위해, 훌륭한 기업인으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경영권 승계 등을 대가로 부정청탁을 한 적은 결코 없다"고 말할 때에는 목소리가 떨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자신의 뇌물공여죄 결심공판 피고인 신문에 나선 모습이다.

그는 "내 실력으로 어떤 비전을 보여주고 임직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하다"며 특검팀이 제시한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이 부회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각각 '혐의 입증'과 '무죄 주장'을 두고 마지막까지 뜨거운 공방을 이어갔다. 특검은 부정청탁 인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소장을 변경하는 등의 강수를 뒀고, 이에 맞서 이 부회장 측은 부정청탁은 없었으며 삼성은 최순실 씨에 의한 직권남용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0차 독대' 항소심 핵심 변수로
항소심에서는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주장한 0차독대 유무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단독면담을 갖기 3일 전인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또 다른 단독면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비서관은 2014년 하반기 이 부회장을 청와대에서 만나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받고 번호를 저장했으나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검은 관련 내용을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삼성 내부자료에도, 이 부회장의 기억에도 0차 독대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안 전 비서관이 왜 착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9월 12일뿐만 아니라 2015년 7월, 2016년 2월 두 번을 제외하고는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미 특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경위를 다 밝힌 마당에 지금 와서 독대 횟수를 가지고 거짓말 할 필요가 없다"며 "제가 기억을 못한다면 치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계열사 지분 몇 % 더 높이는 게 경영 아니다"
이 부회장은 기존에 인정했던 3차례의 독대에서도 부정청탁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앞서 삼성 측은 2014년 9월 15일, 2015년 7월 25일, 2016년 2월 15일 세 차례의 독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부회장은 1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달라고 제안한 것에 대해 "삼성이 그동안 비인기 종목 등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왔기에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반면 특검은 삼성이 승마 지원을 하는 대가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청탁을 했다고 보고 있다.

2차 독대에서도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승마 지원과 관련, 한화보다 (지원이) 못하다면서 질책을 해 부정청탁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3차 독대에서는 정부 비판과 관련한 JTBC 보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그 보도를 봤냐"며 강하게 질책해 어떤 부탁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판에서 "2·3차 독대 당시 강하게 질책 받는 상황인 만큼 승계 관련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경영권 승계를 위해 포괄적 청탁뿐 아니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등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도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 "대주주로서 계열사 지분을 몇 % 더 높이는 것이 경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 실력으로 어떤 비전을 보여주고, 임직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지 지분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특검은 1심과 같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내년 2월 5일 2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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