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해양은 지난 2006년 5월 첫 선박인 9만2000DWT(재화중량톤수)급 벌커의 육상건조에 성공했다. 육상건조 사상 처음으로 완성된 선박을 종진수한 첫 사례다.
2008년에는 육상건조 사상 최대 크기인 17만5000DWT급 벌커를, 2009년에는 세계 최초로 컨테이너선(6500TEU, 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2012년 컨선 가운데 가장 큰 8800TEU급, 15만7000t급 셔틀탱커와 35만BBLS(배럴)급 원유저장하역설비(FSO)를 100% 육상에서 건조했다.
성동조선해양이 선박을 건조할 때마다 육상건조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회사측은 현재의 시스템으로도 최대 22만DWT급 선박을 육상에서 진수할 수 있다고 한다.
◆클락슨 순위 98위···2006년 수준
지난해 12월 20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한 조선소별 수주잔량 순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 통영 조선소의 수주잔량은 5척·12만8000CGT(재화중량톤수)로 98위를 기록했다. 2003년 설립되어 신조시장 참여를 선언한 직후인 2006년 처음으로 클락슨리포트에 이름을 올린 당시와 같은 순위다. 2007년 11월 사상 처음으로 8위까지 오르며 글로벌 10대 조선사의 위상을 기록한 뒤 10여년간 상위권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상당수의 직원들이 휴직 상태에 들어갔으며, 일감이 없는 협력업체들의 이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의 이탈은 생존에 절대 중요한 요소다. 회사가 조업을 개시하더라도 숙련공 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정상화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가장 우려스러운 일은 육상건조기술 개발을 주도한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다. 다행히 이들 인력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 분위기가 계속 흔들린다면, 언제까지 그들의 자부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이에 조선업계는 정부와 채권단도 성동조선해양의 생존 여부를 논의할 때 성동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는 무형의 자산, 즉
독자개발 기술에 대한 가치 평가를 보다 심도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성동조선해양과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 조선소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난달 초 두 조선소에 대한 사실상의 구조조정 유예 발표 이후 첫 현장 점검이었다.
이날 백 장관은 참석자들에게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을 설명하며 “구조조정 시 재무적 측면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이 균형있게 반영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올 초 혁신성장 전략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조선업체도 수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원가절감과 기술혁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부 부처간 이해관계 첨예···섬유산업 치부
그의 발언은 일단 중견 조선업계에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정부의 다른 부처가 과연 백 장관의 의지에 따라줄지 미지수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는 조선산업을 섬유산업과 같이 사양산업으로 보고, 지원을 꺼리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산자부가 요구하는 만큼 정부 예산이 책정은 물론, 지원책 마련에도 무성의 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부처별 입장이 다르다보니, 향후 정부와 채권단이 조선사를 평가할 때, 기존과 마찬가지로 재무 부문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보인다. 이럴 경우 업체들로서는 또 다시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수주 영업 금지 등 소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기존 조치들을 반복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성동조선해양의 육상건조기술처럼 각 조선사가 보유한 기술이 한국 조선산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그에 합당한 가치 평가를 해줘야 한다. 많은 조선사들이 문을 닫으면서 업체들이 개발한 기술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서, “이미 건조 단가 낮추기에만 초점을 맞춰 회사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에 소홀한 틈을 타 중국 등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조선산업 회생을 위해 원가절감과 기술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기술에 대해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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