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다면 그게 과연 옳은 일이냐"며 새해 벽두부터 지나친 기업규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중국의 보호주의 강화 등 대외적인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더 이상 지켜봐서는 안 되겠다는 취지에서다.
박 회장은 1일 출입기자단 신년인터뷰에서 “법을 바꿔달라고 (국회에) 그렇게 찾아갔어도 점점 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국회를 다섯 차례나 방문해 규제혁파 등 재계 건의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
박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규제는 늘어나야 하지만 낡은 규제는 정말 이제 없앨 때가 됐다”면서 “그런데 규제를 바꾸는 담당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해서 주저하고, 입법부에 가면 논쟁을 거듭하다 안 되고 여기서 느끼는 무력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개탄했다.
그는 또 “자원, 기반기술, 역량, 체제 등 모든 것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선진국과 경쟁할 때 유일한 경쟁우위는 '스피드'였다”며 “그 장점이 입법부에서 와해된다고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호소했다.
박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계 ‘신년인사회' 불참 등으로 인한 기업인 패싱(Passing)' 논란에 대한 견해도 나타냈다.
그는 “기업인 입장에서 내가 듣기 거북한 얘기가 자꾸 나온다고 해서 그걸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좀 (올바른 생각이) 아닌 것 같다”며 “또 어느 정부든지 2년차로 접어들면 성적표로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결국은 경제성적이고, 그 통로는 기업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문 대통령이 신년인사회에 안 오는 것도 단순한 선택의 문제로 생각한다”며 “기업인 홀대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며, 대통령 되자마자 제가 (청와대에) 가서 생맥주 얻어먹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히려 문 정부의 기업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기업인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불확실성'이지만 이제 불확실성이 거의 걷혀가고 있다”며 “(현 정부 들어) 공정경쟁, 소득 주도 성장, 혁신성장, 사람 중심 등의 정책 방향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그런 정책 방향이 실제로 운용에 들어가면 난관이 있을 것”이라며 “어떤 정책이든 찬반 논쟁이 있지만 단순히 논쟁 수준을 넘어서 이해관계자들의 충돌과 갈등이 계속될 것 같아서 운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문 정부에 대한 새해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노동정책, 조세정책 등을 보면 국가운영에서 필요한 조치이고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나온 조치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기업들이) 그것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어려운 기업들을 고려해 형편에 따른 탄력적 적용이나 사안에 따른 완급조정 등은 분명히 해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최저임금 문제의 경우 정말 소득이 낮은 곳을 확인해서 그쪽으로 혜택이 많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하지만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이 4% 정도 되는데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르니 중소기업은 정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이런 문제는 국회에서 입법이 돼야 해결되는데, 지난해 국회를 다섯 번이나 찾아가는 등 발이 아플 정도로 많이 다녔음에도 우리의 호소에 반응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허망한 게 사실”이라며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속절없이 시간 가는 건 정말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대한상의 주관으로 오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