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갖고 진심을 담아 요리를 하면 그 맛은 감동이 된다.
남도 음식의 유명세도 '그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식재료를 십분 활용해 정성껏 요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정성과 노력으로 버무려진 남도 음식은 '게미(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을 일컫는 전라도 방언)'가 있다.
한반도 끝자락, 강진만 청정해역에서 채취한 싱싱한 식재료로 강진 특유의 향토 음식을 선보이는 덕이리라.
천혜의 자연환경이 빚어낸 강진의 음식은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게미 뿐 아니라 지역민의 푸근한 인심까지 더해지며 먹는 이로 하여금 오감을 만족하게 한다.
산해진미로 가득한 강진 한정식은 한 상이 모자랄 정도로 그 양이 푸짐하다. 진한 육수와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회춘탕이 그러하다. 아, 혀끝에 감기는 은은한 차(茶)향도 기운을 절로 북돋운다.
◆유배음식에 근원을 두다···강진 한정식
강진 한정식은 유배를 따라온 수라간 궁녀가 지역 아녀자들에게 궁중음식의 비법을 하나씩 전하면서 탄생했다고 한다.
산과 들, 강,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지형을 자랑한다. 그 덕에 강진만 청정해역에서 사계절 생산되는 어패류와 청정 강진평야에서 재배되는 농산물까지 청정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이 재료는 궁녀의 손맛을 거쳐 더욱 풍성하면서도 정갈한 강진 한정식으로 태어난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 입으로 직접 맛을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한 상 가득 차려지는 강진 한정식을 마주하는 순간 임금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을 만큼 풍성한 양에 놀란다.
젓가락을 들어 어느 음식을 먼저 선택해야 할까도 고민해야 한다. 음식의 색은 물론 깔끔한 맛, 풍미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강진의 대표 음식문화 자원이다.
궁에서는 왕의 수라상으로 한정식 12첩 반상이 차려졌지만 일반인에게는 9첩 이하로 제한됐다. 반찬은 구이와 전, 볶음, 편육, 조림, 지짐, 생채, 취재, 숙채, 튀김, 전골, 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됐다.
시대 변화 등에 힘입어 강진 한정식도 그 메뉴와 음식의 종류, 기법 등이 현대화되기 시작했다. 기존 20여 가지가 넘는 음식이 한 상 가득 차려지던 기존 한정식 상차림도 이제는 전채요리와 주요리 등 순으로 시차를 둔 코스 요리 개념으로 바뀌었다.
강진 한정식은 기본 반찬인 삼색나물과 마른반찬, 장아찌, 젓갈, 이외에도 광어회와 전복구이, 대하구이, 쇠고기 생고기, 삼색전, 꼬막, 소라, 홍어삼합, 낙지볶음, 떡갈비, 버섯 탕수육, 바지락 회, 간장·양념게장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강진 한정식 전문 식당 어디를 가든 푸짐한 음식만큼 넘쳐나는 인심도 함께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먹을 때마다 젊어진다고? 강진 회춘탕
회춘탕은 강진 마량항에서 전해져 온 보양식이다. 바닷가 주민들은 싱싱한 문어와 전복이 많은 철에 닭고기와 함께 회춘탕을 끓여 먹었다.
회춘탕의 유래는 어디서부터였을까. 이 역시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499년(연산군 5년), 강진 마량에 설치된 마도진(조세로 바치는 곡식을 실어나르는 배가 통과하는 수군 진영)에는 조세로 바치는 곡식을 약탈하는 왜구가 자주 출몰했고 이를 막기 위해 수군 종 4품이었던 '만호'가 마도진에 주둔하면서 마도진 성을 지었다.
만호는 바다에서 잡아 올린 귀한 해산물과 고기 등을 넣은 보양 요리를 대접했고 이 요리는 회춘탕의 기원이 됐다.
엄나무·꾸지뽕·느릅나무·당귀·가시오가피·칡·헛개나무·황칠나무 등 20여 가지 약재로 장시간 끓여 진한 육수를 만든다. 이 한약재를 장시간 푹 고아서 담백하게 우려낸다. 물론 소금 한 톨 넣지 않아 육수 자체의 담백한 맛이 살아 있다.
이렇게 상에 내어진 회춘탕은 그 모습에서 놀라고 그 맛에서 또 한 번 놀란다.
과연 회춘탕 답다. 국물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넣으니 지쳐있던 몸에 생기가 도는 듯하다.
열량이 적고 나트륨 함량 또한 적으니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없는 이 음식이야말로 추운 겨울 쇠한 기력을 회복하는 데 제격이다.
◆그윽한 차(茶) 향이 온몸을 감싸다···강진 녹차
하지만 강진에도 다원이 있다는 사실. 바로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강진다원이다.
바람에 실려 전해지는 찻잎의 은은한 향이 기분을 맑게 하는 이곳 강진다원의 넓이는 330ha로 여의도(290ha)보다 넓다. 이 넓은 대지에 녹차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산비탈에 조성된 보성의 다원과 다른 점이다.
강진다원에서 생산되는 녹차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즐겨 마시며 '천하에서 두 번째로 좋은 차'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한겨울에도 초록빛 생기를 잃지 않는 녹차밭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게 솟아오른 월출산 바위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강진다원은 밭 사이사이에 산책길이 조성돼 있어 사진도 원없이 찍을 수 있고 녹차 밭 중간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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