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영 국립인천대 중국학술원 연구교수(경제학 박사)]
이러한 발전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보수적으로 개방했던 서비스 분야를 개방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중앙정부의 국가 전략은 수년간 논의돼 온, 이미 귀에 익숙한 전략이다.
2016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3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도 중앙 정부의 성장전략에 기인한 것이다.
중국 서비스 분야의 개방은 금융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일부 서방국가에서도 중국의 금융 분야의 개방을 요구해 왔었다.
특히 한·중 경제협력 측면에서 중국의 서비스 시장 개방으로 인한 협력관계 구축은 양국의 경제성장 동력을 새롭게 구성하는 요인이면서 한국의 대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 K-팝,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의료기술, 교육, 투자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한·중 간 서비스 분야의 교류는 급속한 성장을 해왔지만 많은 문제점도 발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서비스 교역 중 음반 시장의 경우 가장 많은 수익이 발생하는 국가는 중국이 아닌 일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음반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일본으로 2015년 63.6%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2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음반 관련 콘텐츠가 일본으로 많이 수출되기도 하지만 가장 높은 수출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저작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가 정착돼 있는 반면, 중국은 아직 서비스 분야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교역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訪中) 성과 중 하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을 개시한 것이다. 이를 통해 2년 내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을 진행해 한·중 서비스 분야의 협력 방향을 만들어 갈 기반이 마련됐다.
최근 중국 정부의 서비스 개방 전략과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 개시는 시기적으로 양국의 수요가 반영된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되지만, 중국의 서비스 시장 개방 수준에 따라 그 성과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 단계부터 얼마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는 장밋빛 예측보다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개방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순서다.
중국의 서비스 분야 개방은 중국과 홍콩 간 CEPA(Close Economic Partnership Arrangement)에서 대략적인 방향과 성과를 엿볼 수 있다.
중·홍콩 CEPA는 2002년 초 중앙 정부의 지시 하에 1년 6개월에 걸친 협상을 개시했고, 2003년 6월 협정을 체결해 매년 1회씩 보충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이 선택됐다.
또 협상방식에서 특이한 점은 홍콩과 인접한 지리적 특수성을 활용해 광둥(廣東)성 서비스 분야의 자유화 조치가 시험적으로 취해졌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11월 27일 광둥성 선행시범사업의 성과에 기초해 서비스협정이 별도로 체결돼 지난해 6월 28일에는 투자협정과 경제기술협력 협정이 체결됐다.
그 결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규정한 160개 분야 중 153개 분야가 개방됐다. CEPA에서는 실질적인 서비스 협상의 최혜국대우(MFN) 조항을 실행하고 있고 홍콩 이외에도 뉴질랜드, 스위스, 호주 등과의 FTA 체결에서 MFN 조항이 삽입되기도 했다.
중국에는 11개의 자유무역시험구가 있다.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광둥, 푸젠(福建)을 포함해 기존 4개의 자유무역시험구에 2017년 4월 랴오닝(遼寧)성, 저장(浙江)성, 허난(河南)성, 후베이(湖北)성, 충칭(重慶)시, 쓰촨(四川)성, 산시(山西)성 등 7개 지역을 추가했다.
이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자유무역항을 건설할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함으로써 자유무역시험구가 자유무역항으로 승격됨과 동시 서비스 시장의 전면 개방이 예상되고 있다.
자유무역시험구 내의 서비스 분야의 개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자본계정의 불완전개방 그리고 위안화의 자유태환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고, 가장 기본적인 기업인의 장기 거주가 가능한 비자 발급에 대해서도 매우 보수적인 개방을 하고 있어서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의 개방 범위는 중국-홍콩 CEPA의 개방범위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개방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개방도를 더 넓힌다면 MFN이 적용되는 다른 국가에도 개방을 해야 하고, 개방 경험이 없는 서비스 분야의 개방은 중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서비스 시장 개방 정도를 미뤄 볼 때 아직 요구해야 할 부분과 협의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고 양국 이해를 반영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한·중 FTA에 MFN도 적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서비스 분야의 협력을 위해 다각도의 연구와 광둥성 선행시범사업 사례와 같은 선례의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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