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거래소 지주화는 금투업 선진화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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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18-01-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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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채권투자운용본부장

세계경제포럼은 2017년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지수 순위를 1년 전과 똑같이 26위로 발표했다. 2007년만 해도 사상 최고인 1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곤두박질치기 시작해 2014년부터 줄곧 26위에서 헤매고 있다. 금융 환경이 그만큼 후퇴한 것이다.

금융산업 선진화는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데 꼭 필요하다. 그렇지만 상황은 갈수록 나빠져왔다. 얼마 전 언론은 충격적인 소식을 보도하기도 했다. 증권업 종사자가 2011년 9월 이후에만 19%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25년 가까이 자산운용 부서에서 주로 펀드매니저로 일했고, 꽤 많은 해외 전문가와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우리보다 멀찌감치 앞선 금융투자 노하우에 경외했다. 우리가 1인당 쌀 50가마를 생산할 때 선진국에서는 100가마 이상을 수확하고 있었다. 생산량 차이는 개인적인 역량보다 어디서 농사를 짓느냐에서 기인했다. 우리는 기름진 평야는커녕 계단식 논에서 힘겹게 농사를 짓고 있었다.

금융투자업에서 엔진이라 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는 2007년까지 상장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게 세계적인 흐름이었다. 거래소 상장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상장이 돼야 경영이 투명해지고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는다. 다른 나라 거래소와 지분을 교환하거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도 있다. 우리 거래소가 세계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거래소가 세계화되면 국내 투자자는 해외 기업에 보다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우리 기업도 보다 쉽게 해외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러나 거래소는 정권 교체기인 2008년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후진 기어를 넣는다. 이후 미국과 독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거래소는 기름진 평야를 장악해갔다. 우리 거래소는 산중턱에 갇혀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거래소 수익이 쪼그라들었고 금융투자시장을 지원하는 인프라는 약화됐다. 같은 기간 국가경쟁력이 11위에서 26위로 내려간 것도 이런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지주사로 전환한 후 상장하는 청사진을 담은 법안도 발의됐다. 하지만 법안은 큰 의미 없는 정치적인 마찰로 3년 동안이나 표류하고 있다.

금융투자시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외 투자자 간 격투기장이 됐다. 펀드매니저나 딜러 같은 금융투자인이 보다 큰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국내 투자자가 보다 큰 성과를 내야 외국인이 빼가는 이익을 줄일 수 있다. 앞으로는 더 뛰어난 금융투자인이 해외에서 보다 많은 쌀가마니를 들고 와야 한다.

거래소 지주전환을 위한 법안은 얼마 전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다시 상정됐다. 하지만 중요도에 비해 많은 관심을 못 받고 있다. 반드시 법안이 통과돼 금융투자인을 계단식 논에서 내려오게 해야 한다. 넓은 평야로 진출할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와 국회가 해외에서 엄청난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돌아올 금융투자업에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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