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원칼럼] '지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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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원 초빙논설위원
입력 2018-01-0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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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종원]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카더라 정보로 가득 채워진 정보지 즉 '지라시'를 불법 간행물로 법제화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현재 이런 지라시들의 활용도와 그 위세는 놀라울 정도이다. 어떤 정보지들은 정치권에서 뿐만 아니라 주요 언론 기관에서까지 가끔 인용되고 일부는 아주 고가의 구독료(?)를 받으며 그 평판과 위상을 과시하는 상황이라 한다.

지라시란 과연 그 본질이 무엇인데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며 정보에 의해 주가가 민감하게 움직이는 증권 시장까지 그 힘이 미치는 것일까? 또, 왜 사람들은 그런 지라시를 기를 쓰며 보려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지라시의 정보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돈을 주고 구독하거나 여러 수단을 통해서 받아보고 싶은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 (1)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라는 식으로 그런 정보 내용을 무턱대고 믿거나 (2)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니 나도 빨리 구해서 활용하거나 어떤 정보가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런 지라시로 인한 폐해는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믿는 제반 정보의 정확성을 무시한 처사다. 심지어 최근에는 주류 언론 기관들이 제시하는 거짓 정보, 즉 Fake News의 제작을 정부 차원에서까지 방관(?)한다는 느낌을 갖게해 우려된다.  

개인이 다른 개인의 정보를 허위로 SNS를 통해 전달하기만 해도 처벌받는 세상에서 공공연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이렇게 오랫동안 배포하고 구독료를 받아도(아니, 팔아 먹어도) 검찰의 조사나 세무기관의 조사 한 번 제대로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잡초에 비료를 담뿍 준 것처럼 이렇듯 생생하게 활약 아니 암약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통해 누군가는 엄청난 이익이나 혜택을 보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렇다면 지라시를 만드는 사람들의 제작 이유와 구독하거나 돌려 본 사람들이 얻는 이익은 과연 무엇인가?  대부분의 국민이 그런 지라시의 숨은 제작 이유를 다 알 텐데 그런 지라시를 구태여 구독하거나 어떻해서든 구해 읽으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생각할 수 있는 이익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우선 그런 정보가 증권 시장에 빨리 퍼져 주가를 움직인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투자 아니 투기의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커다란 사회적 부작용을 내포하는 문제이다. 그런 정보가 허위라면 사기죄나 허위정보 공표에 해당된다.

만약 그런 정보가 사실에 부합한다면 이는 기업이나 정부의 내부자가 고의적으로 공식 발표 전에 사전 유출시킨 것이므로 내부자 정보에 의한 거래로 범법행위 이다. 물론 이를 증명하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이겠지만.

미국의 유명한 TV 출연자였던 마샤 스튜어드라는 사람은 내부자 거래로 감옥에 갔을 뿐 아니라 벌은 돈의 몇 배에 달하는 벌금을 내고 한동안 자신이 운영하던 TV 프로그램도 잃게 된 일은 유명한 일화다.

여의도 증권가에 지라시 정보가 판치고 있다는 것은 이젠 삼척동자도 다 안다. 왜 그런 일을 막지 못하고 자본시장을 비효율적이면서 동시에 투기의 장으로 만드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두 번째로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살펴보자. 최근에도 지라시 내용을 가지고 주요 언론이 활용(?)하는 것을 보았다. 누가 어느 나라에 갔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더라라는 내용의 정보지의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정부와 야당 및 여당까지 논쟁을 벌였다.

당사자가 말 못하는 이유를 가지고 서로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춰 해석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가 하는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정치 공방을 하려면 내가 받은 정보는 어디서 나온 것인데 이것이 사실인가를 확인해 달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빙빙 돌려 말하거나 정보의 소스조차 밝히지 않고 정보지에 의하면 무어라 카더라라며 떠드는 것은 이젠 우습기만 하다.

세 번째로 사회적인 이해 관계를 보자.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이거나 혹은 관련 특정 집단이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어 지라시에 비밀리에 제보(?)하는 경우이다. 즉 사실확인 또는 의사타진 차원에서 불순한 의도의 정보를 지라시를 통해 전파하는 경우다. 어느 집단이나 정치권의 입법이나 제안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언론이나 국회 및 다른 수단을 통해서 공개하는 방법인 것이다. 자신이 직접 공개하면 타격을 입거나 법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불법 매체인 지라시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인사에 관한 문제이다. 누가 어느 곳의 지사나 시장 혹은 행장으로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 누가 어느 자리에 내정되었다는데 사실이냐? 이런 식의 질문은 이해하기 힘들다. 내 일이 아니라면 상대방이 공개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고 확실한 소스가 있다면 누가 그러던데 사실이냐고 확인해 보면 되는데 왜 불법 매체인 지라시를 이용하는지 모르겠다.   

불확실한 정보, 내부자 정보 및 가짜 정보의 범람을 막는 것과 이와 관련된 범죄를 방지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라시를 없애는 입법 절차와 동시에 이를 제작하는 사람을 제거하는 소탕작업에 최선을 다 해야할 것이다.

신기한 것은 정부와 국회가 이를 모를 리 없건만 아직까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면에는 정부나 정치권에 그러한 불법 정보가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물론 필자는 그런 것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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