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집권 기반을 공고히 다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050년까지 중국을 세계 최강국 반열에 올려놓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할 것이라 외쳤다.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대외 환경을 구축하는 게 필수다. 하지만 올해 중국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녹록하지 않아 보인다.
우선 최근 미국의 대중 압박이 거세지면서 미·중 관계가 파열음을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미국의 힘에 도전하는 ‘경쟁자’로 표현했다.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노선과 정반대의 길로 선회한 셈이다.
치하이샤(漆海霞)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부교수는 지난달 중국사회과학원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대중 압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은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고 위기를 관리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1일자 사설에서 올해 미·중 관계가 2017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더 우세하다며 양국간 갈등을 빚는 세 가지 문제로, 통상무역, 북핵 문제, 그리고 대만문제를 꼽았다.
특히 북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싼 미·중 양국간 충돌이 빚어지는 것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이 북한에 원유를 몰래 공급하고 있는 것이 발각되자 미국은 '실망스럽다'며 중국역할론을 강조,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 도발로 동북아 안보 위협이 높아짐에 따라 한·미, 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것은 중국으로선 불편한 상황이다. 이제야 겨우 회복세로 돌아선 한·중 관계도 북핵 위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따른 불확실성과 변수는 존재하는 셈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며 미국의 국제사회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것은 중국에게는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CNN 방송은 올해 주목할 10대 이슈 중 하나로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미국을 대체할 수 있을지를 꼽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최근 '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를 새 외교기조로 내세우며 신형 국제관계와 인류운명 공동체 구축,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대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2018년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유엔의 권위를 수호하고, 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할 것이라며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자 세계 발전의 공헌자, 국제질서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언급한 것도 글로벌 리더 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중국에서 치러지는 대형 외교 이벤트만 최소 네 개다. '아시아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보아오 아시아포럼, 상하이협력기구(SCO) 칭다오 정상회의,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그리고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이 그것. 이를 통해 중국은 세계 각국과 협력함과 동시에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의 굴기가 거세지면서 ‘중국 위협론’이 대두되는 것도 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호주와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대중 경제 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진 가운데 중국에 대한 안보위협을 우려한 호주가 뒤늦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정치·안보 영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옌쉐퉁(閻學通)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최근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지나친 대외 경제 확장 정책에 신중을 기하고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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