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입지(立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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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죽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입력 2018-0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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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죽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사람들은 보통 뜻을 세웠다고 말하면서도 즉시 공부하지 않고 미적거리며 후일로 미룬다. 이는 명분으로는 배움에 뜻을 두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공부를 향한 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뜻이 진실로 학문에 있다면 인(仁)을 행하는 것은 나로부터 말미암는 것이다(···)뜻을 세우는 것이 귀한 이유는 공부를 해나가면서도 오히려 도달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그 뜻을 항상 마음에 두면 물러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율곡 이이, <격몽요결(擊蒙要訣)> '입지(立志)'. 번역은 <낭송> 〈격몽요결〉에서 인용.

이는 단순히 작심삼일(作心三日)에 그치는 폐단을 경계한 말이 아니다. 여기서 율곡이 지적한 '뜻'(志)이란 바로 ‘배움’을 향해 있다. 이에 경계라기보다는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하는 편이 비교적 가깝다.

유사 이래 이렇게 높은 학구열과 고학력의 시대는 없던 듯하지만, 우리는 정말 제대로 배우며 공부하고 있는가? 공부와 나의 삶을 접속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입지(立志)의 가치가 더욱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정성’이란 공부에 나를 무젖게 만드는 일이다. 공부는 지성(知性), 인성(人性)을 포함한 나의 총체(總體)의 무지(無知)한 부분을 자각하는 데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서 있는 좌표를 모른 채 지식의 습득에만 열을 올린다면, 이야말로 명분에 사로잡힌 배움이 아닐까.

‘마음이 들어 있지 않은 지식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스토바에우스의 말과 율곡의 공부법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바야흐로 새해의 첫머리. 우리에겐 수많은 계획이 있겠지만 올바른 배움, 공부를 향해 뜻을 세워봄도 나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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