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보편요금제’를 도입하기 위해 시민단체, 이동통신사 등과 협의에 나섰지만,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의견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추혜선 의원(정의당)은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소비자시민모임·참여연대·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보편요금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보편요금제는 2만원대 요금으로 한달에 데이터 1기가바이트(GB), 음성통화 200분 가량을 제공하는 요금제다. 정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보편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출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도입해 KT, LG유플러스의 요금제 출시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통신 요금 인하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8월 보편요금제와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 예고를 한 상태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심사에 앞서 통신업계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제시된 의견들이 반영될 예정이다.
협의회에서는 지난해 12월 22일 진행된 5차 회의에서 보편요금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보편요금제 도입이 통신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입장 차이를 좁히기가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선택약정할인을 25%로 상향조정하고 저소득층 통신요금을 1만1000원 감면하는 등 통신비 인하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건 통신비 인하 대책인 기본료 1만1000원 폐지 등에는 미치지 못해 공약후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는 보편요금제는 꼭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시민단체 측은 보편요금제 도입에서 나아가 보편요금제의 음성, 문자, 데이터 제공량을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정부의 보편요금제안으로는 보편적 통신권을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본 제공량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업자들은 보편요금제 도입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기업 서비스의 요금을 결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수익성 악화로 이통사의 신사업 투자 속도가 늦어져 경제 상황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보편요금제 도입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알뜰폰 사업자들 역시 “사업의 존폐 기로에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편 협의회에서 진행된 논의가 유의미한 결론을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편요금제에 앞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해 세 차례 논의가 진행됐지만 딱히 해결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법사안이라는 점도 문제다. 보편요금제를 현실화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여야간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과방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보편요금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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