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만 해도 환율은 1200원대에서 거래됐다. 1년 사이에 200원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3%대 성장률 달성이 가시화되며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매력이 꾸준히 높아진 덕분이다. 이를 반영해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달러는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강세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 가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2일 기준 전장 대비 0.2% 내린 91.80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이후 최저다. 지난해엔 9.9% 하락하며 2003년 이후 최저를 기록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수출업체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우리나라 돈으로 바꿔야 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환율 레벨이 더 낮아지기 전에 달러를 매도하려는 수요가 높아지며 환율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문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가 시장에 크게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이 거래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선물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연저점을 몇 차례 경신하면서 시장 플레이어들이 당국의 개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하단을 조금씩 낮췄다"며 "1080원, 1070원대가 뚫려도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자 시장에서는 현 정부가 원화강세를 일부 용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이 1060원대로 떨어진 지난 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급격한 변동에 대해서 정부가 대처해야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시장에 맡기겠다"면서 "여러 대내외 여건도 있어 긴밀히 지켜보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3일 "환율을 매일 지켜보고 있다는 말 외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와 통상마찰 등으로 인해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시도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1050원대 진입을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900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환율이 세자릿수였던 건 2008년이 마지막이다.
문제는 원화 강세가 수출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연간 실적에서 환율 등락에 노출되는 달러 규모가 약 6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이익이 6000억원 줄어든다는 의미다.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중국기업 등에 밀리며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안좋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 하락하면 자동차·조선 분야의 중소기업 영업이익은 5% 이상 줄어든다.
원화 강세는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대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수출 덕분이다. 올해 수출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올해 수출 증가율을 4%로 제시했다. 지난해 15.8%에 비하면 급감한 수준이다.
수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원화 강세까지 더해지면 우리 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세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저성장과 저물가에 대응하던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점 역시 지난해 같은 경제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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