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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국제 매매혼인데, 그 장사하라고 국민세금 쓰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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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01-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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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5일만에 '거래'하는 벼락치기 국제결혼에 연간 3억원 비용 지원

  • 매년 1만명 이상 총각이 외국여성과 혼인하는 나라의 슬픈 민낯

[사진=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 스틸컷]


"그건 거 필요없어! 비싸게 주고 사왔더니 말도 못하고. 됐어. 우리집에 살려면 애를 낳아야 될 거 아냐. 괜히 그러다가 허파에 바람 들어가."

한매는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이다. 한국어 교실에 다니라고 권하는 이웃을 향해 한매의 시어머니는 역정을 낸다. 남편 또한 "한국말 배워서 도망가면 어떡하느냐"면서 아내를 감금한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혼은 2005년 3만719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완만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1만 명 이상의 외국 여성이 한국 남성과 혼인을 맺고 있다. 2016년 외국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은 1만4822명이다. 외국 남성과 결혼한 한국 여성 5769명과 비교하면 대략 3배 수준이다. 외국인 아내 국적은 베트남(36.3%), 중국(28.3%), 필리핀(5.8%) 순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중 50%가 업체에 의해 알선된 국제결혼이라고 추정한다.

중개업체에 의한 국제결혼이 사실상 매매혼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업체가 한국 남성으로부터 수천만원의 소개비를 받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현지 여성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많게는 수십명에 달하는 여성들과 맞선을 본 뒤, 남성이 이들 중 한 명을 택하고 신부 집안에 지참금을 지불한 뒤 결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봐야 5일이다.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지난해 7월 기준으로 362개다.

문제는 지방정부가 이같이 매매혼에 가까운 국제결혼을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시골 남성들에 대한 매매혼 지원금 지급 중지를 바랍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인은 "시골 노총각들의 매매혼, 국제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좋게 포장되지만 실상은 인신매매와 다른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21세기에서 여전히 이런 인신매매가 제재되지 않고 국가적으로 장려될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실제로 여전히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근거해 국제결혼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북·경남·강원 등 광역단체는 물론 10여개의 기초단체 또한 외국인 여성과 국제결혼을 하고 배우자와 함께 관내에 거주하는 남성에 한해 1인당 3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국제결혼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아주경제'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지자체별 국제결혼 지원 사업 내역을 들여다본 결과 2016년 한해에만 2억8000여만원이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 남성들의 결혼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인신매매에 가까운 국제결혼을 부추기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여성을 단순히 출산의 도구로 여기는 전형적인 성적 대상화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농·어촌이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덮어두고, 지자체가 공적 자금으로 반인권적인 정책을 지원하며 "선심성 뚜쟁이"가 된다는 지적이다.

결혼이 성사된다면 이들은 행복할까. 사랑 없는 결혼에 문화적 이질성까지 더해지면 '배드 엔딩'으로 귀결되기 쉽다. 부부 갈등이 이혼이나 배우자의 가출로 귀결되는 일도 잦다. 2016년에는 5610쌍의 한국 남성-외국 여성 부부가 이혼을 택했다. 갈등은 심지어 폭력으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언론 보도를 토대로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사망한 이주여성을 19명으로 집계했다. 이들 대부분은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적인 교통사고로 캄보디아 출신 아내를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남편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남편 이모씨는 아내 명의로 26개의 보험을 가입해 매달 400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납부했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으나 2심에서는 무기징역이 선고된 바 있다.

2010년에는 한 베트남 여성이 입국 7일만에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남편 장모씨는 이전부터 앓고있던 정신질환을 숨기고 결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 속 한매는 스크린 밖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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