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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일에 파묻혀 살았다면 현재 젊은층은 일과 삶의 균형을 외치는 ‘워라밸’ 세대다. 이들은 소비에 있어서도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기존 세대가 가격 대비 성능을 말하는 가성비를 추구했다면 현재 젊은층은 가격 대비 만족감을 추구하는 가심비가 소비의 이유다.
가심비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전망한 2018년 대표 트렌드 중 하나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이를 ‘플라시보 소비(위약효과 소비)’로 이름 붙였다. 플라시보란 약을 먹을 때 효능을 확신하면, 그 약이 가짜일지라도 실제 증상이 나아지는 효과를 뜻한다. 김 교수는 이를 “가성비(가격 성능 대비)와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마음에 안정을 찾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소비에 나선다는 것이다.
‘플라시보 소비’의 대표적인 형태로는 카카오 프랜즈나 라인 캐릭터 등 소비자가 애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를 형상화한 ‘굿즈 소비’가 꼽힌다. 이외에도 안전성만 입증된다면 더 비싸도 구매하는 ‘위안 비용’, 충동적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위로 받는 ‘탕진소비’ 등도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내놓은 ‘트랜드코리아 2018’에 따르면 플라시보 소비의 배경으로는 암울한 사회와 개인의 공허함을 들었다. 침체된 경기는 회복될 기미조차 안보이는데 개인들간 경쟁은 더욱 과도해지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과 스트레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소비자들은 합리적 구매보다는 안식과 위안, 자존감과, 정서적 만족이라는 감정적인 부분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도 배경 중 하나다.
김난도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위로 받는 가장 즉각적인 방법이 바로 소비”라면서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현대인들은 본인의 감정만이 우선시 돼 고도로 주관적이고 개인적 만족에 입각한 소비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가심비가 높은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패션협회에 따르면 자신을 위해 작은 사치를 즐기거나, 현재의 행복과 즐거움을 더욱 중요시 여기는 욜로(YOLO) 트렌드가 떠오르면서 가심비도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액세서리와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상품이 주목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이 내놓은 평창 롱패딩은 기존 50만원대 제품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기를 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죽은 거위의 털을 사용해 제작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착한 패딩 이미지를 얻었다. 이외에도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방향제품과 숙면 보조용품 등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소비 패턴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점호화’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간 가격대의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고 저가, 고가 제품은 상대적으로 판매가 저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필품을 저렴하게 산 뒤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는 소비형태가 이뤄지고 있다. 고가품을 구매할 때 해소되는 스트레스와 쾌감을 지키기 위해 ‘몰아주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들은 저렴한 물건을 구입하며 아끼다가도 자신에게 높은 만족감을 주는 특정 분야에는 아낌없이 소비에 나선다”며 “3만원짜리 청바지를 입으면서 30만원짜리 유명브랜드 신발을 신는 등의 크로스 소비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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