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위안부 합의,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나…할머니들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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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기자
입력 2018-01-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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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피해 할머니 초청 오찬서 '12·28 합의' 첫 공식 사과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위안부 할머니 초청 오찬에 참석하는 할머니들을 청와대 본관 앞에서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2018.1.4 [사진 =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지난 정부에서 맺어진 '12·28 한·일위안부합의'와 관련해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안부 할머니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면서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위안부 피해 당사자에게 공식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나라를 잃었을 때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할머니들께서도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며 "할머니들께서 편하게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길원옥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을 비롯해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등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외교부 태스크포스(TF)의 '12·28 한·일위안부합의 조사' 발표와 관련된 의견을 들었다.

청와대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살고 있는 경기 광주 ‘나눔의집’으로 의전 차량을 보내는 등 국빈급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경찰은 청와대까지 할머니들을 ‘에스코트’했고 경호처는 교통편의뿐 아니라 건강상 불편사항에 대비해 응급차까지 차량 이동 시 배차했다. 오찬 뒤 나눔의집 복귀 때도 할머니들은 의전 차량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현관 입구에 서서 입장하는 할머니들을 일일이 반갑게 맞이했다. 개별 이동으로 늦게 도착한 한 할머니를 15분 간 현관에서 선 채로 기다렸다가 함께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저희 어머니가 91세이신데 제가 대통령이 된 뒤로 잘 뵙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뒤 “오늘 할머니들을 뵈니 꼭 제 어머니를 뵙는 마음”이라며 “할머니들을 전체적으로 청와대에 모시는 게 꿈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한 자리에 모시게 되어 기쁘다. 국가가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초청 오찬에 참석하는 할머니들을 청와대 본관 앞에서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2018.1.4 [사진 =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위안부 할머니들은 "가슴이 후련하다"며 문 대통령의 사과를 반기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2015년 12월 28일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는데 대통령이 합의가 잘못됐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줘서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 펑펑 울었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일본의) 공식사과와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며 "대통령이 여러 가지로 애쓰는데 부담드리는 것 같지만 이 문제는 해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하면 된다"면서 "국민이 피해자 가족이고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세계평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국빈 만찬에 초대받았던 이 할머니는 "내 나이 90에 청와대 근처에도 못 와봤는데 문 대통령이 당선되고 두 번이나 청와대에 들어왔다"고도 이야기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대통령이 바뀌고 할 말을 다해주니 감사하고 이제 마음 놓고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어린아이를 끌어다 총질, 칼질, 매질하고 죽게까지 해놓고 지금 와서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말이 되나"라면서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사죄만 받게 해달라.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다"고 호소했다.

13세에 평양에서 끌려가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길원옥 할머니는 오찬에서 인사말 대신 가요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다. 지난해 발매한 음반 ‘길원옥의 평화’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김정숙 여사는 오찬이 끝난 뒤 할머니들께 일일이 목도리를 직접 매주었다. 할머니들께 선물로 드린 목도리는 아시아 빈곤여성들이 생산한 친환경 의류와 생활용품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가 만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사진찍는 것을 가장 하고 싶었다’는 할머니들의 요청에 따라 김 여사와 함께 할머니 한분 한분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를 만난 자리에서 쾌유를 기원하는 동시에 한일 정부 간 '12·28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했다. 김 할머니는 노환 등으로 건강 상태가 나빠져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를 만난 자리에서 쾌유를 기원하는 동시에 한·일 정부 간 '12·28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독립유공자와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할 때 김 할머니를 초청했고, 지난 추석 연휴 때도 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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